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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이유만으로


입력 2019.10.13 07:00 수정 2019.10.13 04:06        부수정 기자

영화 개봉 앞두면서 온라인 또 시끌

"현실 공감" vs "남녀 갈등 조장"

영화 개봉 앞두면서 온라인 또 시끌
"현실 공감" vs "남녀 갈등 조장"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정유미 주연의 영화로 재탄생한다.ⓒ롯데엔터테인먼트 밀리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정유미 주연의 영화로 재탄생한다.ⓒ롯데엔터테인먼트

"자유롭게 읽을 자유, 누가 검열하는가."

배우 김옥빈이 최근 동료 서지혜의 SNS에 남긴 글이다. 서지혜가 최근 SNS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표지와 함께 "책 펼치기 성공"이라고 쓴 직후 일부 누리꾼이 '페미니즘' 성향을 드러냈다며 공격한 탓이다. 이후 서지혜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한강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함께 "....."라는 문구를 올렸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은 연예인은 서지혜가 처음이 아니다. 소녀시대 수영, 레드벨벳 아이린 등도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엄마, 남편의 첫사랑 등으로 빙의된 증상을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 씨와 가족들의 삶을 다뤘다.

이 책은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독박 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을 사회구조적 모순과 연결해 보여준다.

이야기에 공감한 독자의 힘에 힘입어 출간 7개월 만에 10만부를 돌파했고 2년여 만에 100만부가 팔려 밀리언셀러가 됐다.

소설은 '젠더 이슈'를 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얻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페미니즘 논란'을 일으키며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학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책을 비판하는 독자들은 "여성에게 유리한 이야기는 빼놓고, 불리한 이야기만 쓴 채 성차별로 규정한다" "내용이 너무 작위적이고 비약이 심하다"는 반응이다.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책 내용에 공감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아닌 여성들도 있다. 또 "책 전체를 따지고 봤을 때 내용이 빈약하다"는 문학적인 비판도 나온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은 또 시끄럽다. 소설이 영화화가 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김지영으로 나선 정유미는 악플에 시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작품에 왜 나오냐"라며 정유미를 몰아세웠고, 심지어는 '정유미의 출연을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정유미는 "큰 부담은 없었다. 영화를 잘 만들고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밝혔다.

정유미의 동료인 유아인은 자신의 SNS에 “여자의 이야기, 남자의 이야기로 나눌 것 없이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로 이 영화를 보신다면 성별과 차이를 넘어 공감을 통해 우리가 함께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여러분께 추천한다"는 글을 올렸다.

영화나 소설 등 모든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는 보고 읽는 사람에 따라 갈린다. 누군가는 호평을, 또 다른 누군가는 혹평을 나타낼 수 있다. 작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논란은 사뭇 달라 보인다. 비판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비난이다. 어떤 책을 읽었거나, 어떤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격을 퍼붓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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