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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조' 모바일뱅킹, '국민 vs 신한' 새해 대격돌


입력 2020.01.02 06:00 수정 2020.01.01 20:53        부광우 기자

3분기 거래액 총 459.9조…1년 만에 22.1% 급증

공고했던 선두 자리 균열…디지털 경쟁 드라이브

3분기 거래액 총 459.9조…1년 만에 22.1% 급증
공고했던 선두 자리 균열…디지털 경쟁 드라이브


국내 4대 시중은행 모바일뱅킹 거래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모바일뱅킹 거래 규모가 하루 평균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공격적인 모바일뱅킹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신한은행이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KB국민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하면서 새해에는 판도 변화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본격적인 성장 정체기를 앞두고 은행들이 저마다 디지털을 새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뱅킹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19개 은행 전체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은 총 459조8699억원으로 전년 동기(376조5334억원) 대비 22.1%(83조3365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한 일평균 모바일뱅킹 거래액은 4조9986억원에 달했다. 금감원이 개별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소매 금융의 전통적 강자인 국민은행이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은 같은 기간 79조5057억원에서 84조9215억원으로 6.8%(5조4158억원) 증가하며 최고를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해당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한 번도 모바일뱅킹 시장 선두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맹추격에 국민은행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액은 62조2030억원에서 26.7%(16조8527억원) 늘어난 80조557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이런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충분히 역전도 노려볼 만한 페이스다.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인기 배경에는 쏠(SOL)이 자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운영되던 S뱅크, 써니뱅크 등 6개 어플리케이션을 합쳐 2018년 통합 모바일 플랫폼인 SOL을 출시했다. SOL은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신한은행 모바일뱅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국민·신한에 이은 3위 자리다툼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각축전이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도 50조7996억원에서 16.1%(8조1752억원) 늘어난 58조9748억원으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액이 40조6696억원에서 51조6128억원으로 26.9%(10조9432억원)나 증가하면서 격차가 상당 폭 좁아진 상태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금융 환경이 재편돼 가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경쟁에는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세우고 사업 강화를 꾀하고 있는 은행들의 행보는 이와 궤를 함께하는 대목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디지털 관리 부서를 본부급으로 격상시키고, 별도의 디지털 센터를 마련하는 등 한껏 힘을 싣는 모습이다.

특히 등장을 알린 지 채 2년 밖에 안 된 카카오뱅크의 약진은 기존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화에 더욱 자극제가 됐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고객 수 1000만명을 넘기며, 적어도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만큼은 이미 대형 은행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카카오뱅크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은 조사 대상 기간인 1년 사이에만 23조586억원에서 47조3383억원으로 105.3%(24조2797억원) 급증하며 시중은행 못 지 않은 규모로 커졌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1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에서도 첫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실상 국내 금융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현실은 은행들이 디지털에 더욱 목을 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칫 디지털 변화 흐름에 조금이라도 뒤쳐져 신규 고객층을 뺏기기 시작할 경우 만회하기 힘든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은행들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6%대 초반을 지속하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겠지만, 올해 증가율은 이보다 낮아진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가계 대출은 혁신금융 강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기업 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미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기업대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젊은 층은 물론 이제는 중장년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모바일뱅킹의 편리성이 은행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 가고 있다"며 "가뜩이나 저금리 기조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은행들 입장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디지털 혁신은 단순한 서비스 개선을 넘어 사활을 건 경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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