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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신종 코로나' 복병 만난 신차 슈퍼사이클


입력 2020.02.05 16:20 수정 2020.02.06 09:1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주력 차종 신차 앞세운 실적개선 전략 '물거품' 우려

2015년 이후 6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 좌절 가능성도


제네시스 GV80. ⓒ현대자동차

올해 주력 차종들의 모델체인지가 잇따르는 ‘신차 슈퍼사이클’을 맞아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라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장 한국과 중국 공장의 가동차질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물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위축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목표 달성 좌절이 6년째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부터 울산 5공장 1라인과 4공장 2라인을 시작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다른 공장 생산라인들도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재고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춘다.


일단은 11일까지 휴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수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동차의 신경에 해당하는 와이어링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차량 바닥에 깔아야 하는 부품으로, 차종·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주요 공급업체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등으로 이들 기업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에 상당수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중국 정부가 연휴 기간을 9일까지 확대하면서 이들 현지 공장도 9일까지 휴업에 돌입했다.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현대차도 가동을 멈추게 된 것이다.


현대차와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하는 기아차도 화성공장과 광주공장에서 차량 생산 감축을 실시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번주는 가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재고가 소진되면 다음 주부터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해 완성차 생산 라인별 탄력적으로 휴업을 실시하기로 했고, 기아차는 이번주 가동을 유지하지만 생산량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휴무가 확정된 현대차 공장들만 계산해도 평균 5일 가동을 멈추면 3만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며, 기아차까지 포함하면 하루 1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들은 이미 지난달 24일 춘제 연휴부터 가동 중단 상태고, 중국 정부의 연휴 기간 연장에 따라 9일까지는 휴무가 예정돼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연휴가 추가로 연장될 경우 현지 공장들도 계속해서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수요 위축은 불가피해졌다. 세계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마비되면서 글로벌 경기도 악화돼 신종 코로나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 세계 주요국에서 자동차 수요 위축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의 소비재인 자동차는 업황이 거시경제 상황에 연동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경기악화 요인은 자동차 시장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형 쏘렌토 티저 이미지. ⓒ기아자동차

올해 주력 차종들의 모델체인지와 새로운 차종 투입으로 실적 개선을 노렸던 현대·기아차로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치명적인 복병이 됐다. 올해는 현대·기아차의 볼륨 차종(수요가 많은 차종)들의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집중되는 이른바 ‘신차 슈퍼 사이클’ 시기다.


현대차는 올해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제네시스 GV80, 아반떼·투싼 풀체인지 모델 등을 국내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론칭해 신차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쏘나타 풀체인지 모델의 신차 효과도 아직 기대할 수 있는 시기다.


특히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첫 SUV GV80을 통해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유럽과 중국 시장에 론칭한다는 계획도 세워놨었다.


하지만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GV80을 비롯한 주요 차종들의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기아차 역시 K5와 쏘렌토, 카니발 풀체인지 모델의 신차효과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 모두 허사가 될 위기에 놓였다. 셀토스 판매 호조로 서광이 비치던 중국 시장 회복도 한풀 꺾이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각각 457만6000대, 296만대 등 총 753만6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지난해 판매실적과 비교하면 현대차는 3.5%, 기아차는 6.8% 각각 늘리겠다는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판매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 사태 파장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6년 연속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좌절을 맞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 대응과 관련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중국 생산 재개 시 부품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생산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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