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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기부? 재능 착취 아닌가" 시대착오적인 송파구청의 버스킹 모집


입력 2020.02.18 13:13 수정 2020.02.18 18:1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별도 출연료 없고 기부·팁박스도 불가

논란되자 공고 내리고 재검토 "취지 설명 부족"

석촌호수 주말 버스킹 공연 신청자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송파구청

"별도의 출연료 없음."


송파구청이 2020년 석촌호수 주말 버스킹 공연팀을 모집하면서 신청 자격을 재능 기부 대상자로 한정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취재가 시작된 후 출연료를 뒤늦게 책정했지만, 가요 관계자들의 비난을 샀다.


17일 송파구청 문화체육과는 송파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2020 상반기 석촌호수 주말버스킹 공연팀 모집'이라는 공고를 냈다. 문제는 신청자격에 '별도의 출연료 없으며 홍보 및 공연물품 지원'이라는 내용을 강조한 데다 "기부금을 수령할 수 없으며 CD, 테이프, 인쇄물 기타 기념품의 판매도 금지한다는 내용의 서약서 작성을 조건으로 내걸어 논란이 됐다. 게다가 무료 공연임에도 심사를 통해 출연자를 걸러내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송파구청 측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보다 안전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라며 "공연 장비와 공연에 대한 홍보 등을 지원해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뜨거웠다.


매그넘오푸스ent 이건우 이사는 "별도의 출연료 없음을 당당히"라며 "송파구청 공무원들은 월급 없이 평생 일할 수 있으면 내 매니저 인생을 걸고 뮤지션들을 평생 섭외해주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이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인디 밴드들은 자비로 연습실을 섭외하고 공연을 준비한다. 출연료를 주는 곳도 그리 많이 주지 않아 어려운 환경인데, 당연한 것처럼 출연료 없음을 강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불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버스킹 공연을 준비 중인 관계자도 "버스킹 공연이라 해서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버스킹 공연에도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공연자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교통비와 실비, 연습실 사용 등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자 송파구청은 기존 공고를 삭제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송파구청 측은 "공연에 대한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출연료 문제를 비롯해 기부금, 팁박스 등을 제한해 논란이 된 서약서에 대해서도 재검토한 뒤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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