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출연자 검증, 10년 지났지만 여전히 미흡
채널A ‘하트시그널3’의 출연진의 사생활을 둔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출연진 개인에 대한 비난을 시작으로, 제작진과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까지 거론된다. 더 나아가 대중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체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는다.
‘하트시그널’은 러브 추리극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끈 동시에 ‘인성시그널’ ‘양심시그널’ 등의 조롱 섞인 비난도 받아야 했다. 매 시즌마다 일반인 출연진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시즌은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출연자들의 인성을 둔 글들이 쏟아졌다.
승무원 출신 여성 출연자에 대한 욕설·폭행에 대한 폭로글, 한 남성 출연자가 버닝썬의 주요 인물들과 친분이 있다는 의혹, 대학 수의예과에 다니고 모델 대회에 입상했다는 남성 출연자의 초등학교 당시 학교폭력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제작진은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일각에서 제기된 사생활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면서 현재 직장과 학교 등 일상에 복귀해 생활하고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다며 추측성 글에 대한 자제를 당부했다.
더구나 앞선 시즌에서는 방송이 종영되고 난 후 뒤늦게 논란이 터졌다면, 이번에는 방송 직전부터 터진 문제로 제작진 입장에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만약 논란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의 실패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앞서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나는 자연인이다’ ‘러브캐처’ ‘한끼줍쇼’ ‘아이콘텍트’ 등 교양과 예능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출연자들의 사생활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았다. 일반인 출연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 방송계에서 이런 검증 시스템의 부재는 큰 손실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도 자그마치 10여 년 전이다.
한 지상파 작가는 “보통 기본적인 인터넷 정보 검색을 시작으로 지인들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가 병행되는 경우가 있다. 또 제작진에 제공한 신상정보가 사실과 일치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름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한 것 같아도 100% 완벽할 순 없다. 더구나 섭외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검증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 작가는 “사실 업계에서 비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고 이야기 한다. 욕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보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그렇고, 비연예인을 섭외하는 과정도 그렇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든 걸 들춰볼 순 없기 때문에 사실상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트시그널’만 봐도 시즌1과 시즌2가 모두 2% 시청률을 자랑하며 채널A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즌2는 금요일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나혼자산다’와 동시간대 편성되면서도 최고 시청률 2.7%를 기록할 정도였다. 화제성 면에서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프로그램에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순간의 시청률을 위해 정작 프로그램의 본질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요소에 눈을 감는다면 그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다. 물론 제작진이 경찰이나 탐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흥신소에 맡겨 출연진의 뒷조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뒷조사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방송에 임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제 비연애인의 출연이 일반화 된 것처럼, 이들을 출연시키기 전 프로그램에 적합한 출연자인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