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예능활동과 동시에 히트곡 만들어야
예능 통한 무차별적 이미지 소비 우려
‘TV만 켜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특정 시기에 화제의 인물로 주목을 받은 이들이 다수의 채널에서 동시에 활약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면서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다. 재미있는 일화를 재탕, 삼탕하거나 똑같은 개인기를 수차례 선보인다. 이런 활동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방송을 통해 입지를 다지거나,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대표적인 예능계 ‘다작 아이콘’으로는 박나래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만해도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구해줘! 홈즈’,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KBS2 ‘스탠드 업’,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코미디빅리그’, 올리브 ‘밥블레스유2’ 등 총 7개다. 최근 종영하거나, 하차한 프로그램도 있다.
무리한 스케줄로 종종 건강 이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독보적인 예능감과 진행능력, 인간미, 공감 능력 등 일당백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러브콜 1순위로 불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3년 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고, 그 상승세는 무려 17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져온 내공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박나래는 ‘이미지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TV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을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10여년의 내공을 가진 예능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냉철한 잣대인데, 이제 막 예능에 발을 들인 신인이 피할 수 있을리 없다. 물론 아직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걱정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무엇이든 ‘적당히’가 좋다고들 하지 않나. 송가인의 경우도 템포를 조절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물들어올 때 노를 급하게 저었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어찌되었든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 등을 다 빼내는 것이 방송사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스타들의 이미지를 소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추면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가인이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의 ‘목소리’ 덕이다. 송가인은 특별한 무언가가 없더라도 목소리 하나 만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결국 그가 승부를 걸어야 할 건 자체 콘텐츠다. 누군가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부르거나, 방송을 통한 콜라보레이션도 좋지만 송가인의 히트곡은 그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기 위한 필수 요소다.
한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는 “지금의 예능 출연은 반갑다. 트로트가 한참 물이 오르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장르 자체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대중화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예능 출연과 동시에 송가인은 자신의 히트곡을 위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 앞서 장윤정, 홍진영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을 방송은 물론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자신만의 콘텐츠(히트곡)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인기는 쉽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송가인이라는 개인을 넘어서 트로트라는 장르 전체를 봤을 때도 송가인 같은 스타덤에 오른 친구가 히트곡을 내놓음으로 해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송가인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성격이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돋보이는 곳이 무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송가인은 한 방송에서 “본인 히트곡 못 내면 슬그머니 사라질 듯”이라는 악플에 “인정할 수 없다. 나는 히트곡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누군가의 노래로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노래로 또 한 번 트로트계를 넘어 가요계 전체를 발칵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