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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잘나가는 벤츠의 민낯…본사만 웃고, 딜러 영업익은 반토막


입력 2020.04.29 06:00 수정 2020.04.29 04:5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작년 벤츠코리아 영입익 40.9% 늘어…배당도 40% 이상 확대

주요 딜러사 영업익 평균 59.8% 하락…전형적 갑을관계 배경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및 딜러사 영업이익 추이 (사진은 벤츠 구리 전시장). ⓒ데일리안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및 딜러사 영업이익 추이 (사진은 벤츠 구리 전시장). ⓒ데일리안 /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장기간 압도적인 1위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침체 속에서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호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익성을 살펴보면 수입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만 이익이 크게 늘고, 딜러사들은 판매와 매출 증가에도 불구, 이익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2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7만8133대의 판매실적으로 전년 대비 10.4%의 성장을 기록했다. 수입차 내 점유율은 무려 31.92%로 압도적인 1위였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도 한국GM(7만6471대)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판매를 잘한 만큼 매출과 수익성도 좋았다. 지난해 벤츠 코리아의 매출은 5조4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나 늘었고, 영업이익은 2180억원으로 40.9%나 급증했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로부터 차량을 공급받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딜러사들의 영업이익 곡선은 반대로 움직였다.


벤츠 최대 딜러사로 전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한성자동차의 경우 2018년 3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의 경우 1873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크진 않지만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한 것이다.


한성자동차 관계사로 부산에 매장을 보유한 한성모터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76%나 급감했다.


그나마 이들은 지분 구조상 수입사와 대주주를 공유하고 있어 수익 역주행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한성자동차와 한성모터스는 모두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인 레이싱홍이 지배하는 그레이트워스홀딩스 계열사다.


그레이트워스홀딩스는 벤츠 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한 2대주주 스타오토홀딩스의 100% 모회사이기도 하다. 결국 수입사와 딜러사가 ‘같은 집안’인 셈으로, 모회사 입장에서는 딜러사의 영업이익 부진을 수입사로부터의 배당으로 만회할 수 있다. 이같은 지분 구조로 인해 한때 국내 시장에서 한성자동차의 판매망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다른 딜러사들이다. 한성자동차를 제외하고 규모가 가장 큰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9억여원으로 전년 대비 58.2% 감소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또 다른 전국구급 딜러 KCC오토 역시 같은 기간 0.7% 감소한 15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수도권 딜러사인 모터원과 교학모터스도 각각 116억원과 1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16.2%와 45%의 실적 감소를 보였다.


주요 6개 딜러사들의 영업이익 총합으로 계산하면 총 59.8%가 감소했다.


수입차 2위인 BMW의 경우 2018년 자동차 화재 사고 이슈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수입사와 딜러사들의 영업이익이 고르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벤츠 코리아는 거액의 주주배당을 하는 업체로도 유명하다. 벤츠 코리아의 지난해 배당액은 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40.7%나 늘었다. 지난 5년간 누적 배당금은 2840억원에 달한다.


벤츠 판매와 연계해 할부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벤츠 파이낸셜 코리아도 597억원을 배당했다. 두 회사의 배당금을 합하면 1380억원에 이른다.


벤츠 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로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레이싱홍 계열의 스타오토홀딩스(49%)다. 벤츠 파이낸셜 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GMBH(80%)와 스타오토홀딩스(20%)가 지분을 나누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입사에서 수익을 과점해 본사로 배당하고, 딜러사들의 수익은 위축되는 상황이 전형적인 수입사와 딜러사간 ‘갑을(甲乙)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의 경우 수입사가 딜러사들에 대해 과도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며, 딜러사들은 과도한 프로모션 비용 투입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나 마케팅 비용 부담 등을 수입사로부터 요구받아도 거절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는 국내에서 수입차 사업을 하겠다는 딜러들이라면 누구든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인기 브랜드”라며 “그만큼 수입사와 딜러의 갑을관계가 극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부임(2016년) 이후 벤츠가 과거에 자제하던 프로모션을 점차 강화하며 물량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딜러사들에게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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