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연패 이후 한용덕 감독 자진 사퇴
장종훈 수석 코치 혹은 최원호 2군 감독 후보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선장마저 이탈하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한화를 이끌던 한용덕 감독은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2-8로 패한 뒤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패배로 한화는 단일시즌 팀 최다연패 기록인 14연패를 기록했고, 이에 한용덕 감독이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 시즌 한화의 부진을 단순히 감독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믿었던 고참 선수들의 부진과 젊은 선수 육성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치면서 올 시즌 한화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에 있다. 감독을 바꾼다고 해서 부진했던 성적이 하루 아침에 반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제는 만신창이가 된 한화를 맡을만한 사령탑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간 한화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불려왔다. 충청도 지역에 충성스런 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10년대 암흑기를 맞이했다.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이 계약 만료해인 2009년 꼴찌 추락과 함께 팀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뒤를 이어 받은 ‘야왕’ 한대화 감독도 3년 차에 중도 퇴진했다.
9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이 2년 팀을 맡는 동안에는 모두 최하위에 머물며 체면을 구겼고, ‘야신’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의 갈등으로 시즌 중 불명예 퇴진했다.
한국 프로야구 ‘3김’으로 불리는 세 명의 노장 감독들 중 어느 누구도 한화와 해피 엔딩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2018시즌 부임한 한용덕 감독이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마침내 한화가 원하던 구세주가 등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 감독의 롱런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9위에 머문 한화는 올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결국 사령탑이 바뀌게 됐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후보군도 보이지 않는다.
14연패에 빠진 최악의 팀 분위기를 선뜻 수습하겠다고 나설 지도자가 누가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은 내부 승격이 유력한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석 코치가 그대로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꾸리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팀의 레전드 장종훈 코치가 지난 6일 육성군으로 징계성 발령을 받았다. 또한 정민태 투수코치, 김성래 타격코치 등도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코치들의 징계성 조처는 한용덕 전 감독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불러들일 여지가 있다. 다만 징계 과정에서 작지 않은 상처를 받았을 코치들을 구단이 나서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설득을 한다해도 팀의 의사결정을 불과 수일 만에 뒤집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결국 최원호 2군 감독에게 대행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다만 최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짧아 리스크가 크다. 혼란스러운 팀을 이어받기에는 본인도 부담일 수 있다.
완전히 ‘독이 든 성배’로 자리 잡은 한화 사령탑을 누가 이어 받아 위기에 빠진 팀을 수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