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화재개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北美 모두 기존 입장 고수하고 있어
북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의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교안보 라인까지 교체하며 북미대화 재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북미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남북 및 북미 간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의 '중재자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황에서 '대화 재개'라는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최선희 제1부상과 권정근 국장 담화를 잇따라 발표하며 북미대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의 협상 파트너 역할을 맡아온 최 부상이 미국을 겨냥해 '새판 짜기'를 강조하며 제제완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만큼, 한국 정부가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미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부장관의 방한 일정을 공개하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한 것 역시 한국 정부의 중재 여지를 좁히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전날 비건 부장관의 방한‧방일 일정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에 대한 FFVD 조율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최 부상 담화를 통해 미국의 '추가 양보'를 요구한 상황에서 미국이 FFVD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며 사실상 관련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는 평가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FFVD를 공식 언급한 건 11개월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FFVD를 '리비아 모델'로 여기며 수용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온 만큼, 비건 부장관이 어떤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다만 이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로 입국해 2박 3일 일정을 소화하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에 어떤 '당근'을 내놓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는 남아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코로나 사태 이후 비건 부장관이 해외출장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하고 비건 부장관이 방한한다는 것은 뭔가 만들어가려고 하는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