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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집착 없다”던 테이의 유일한 집착 대상


입력 2020.08.07 16:00 수정 2020.08.07 14:0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얼떨결에 연예인이 됐다. 길거리 캐스팅이 활발하던 시기 테이는 한 소속사로부터 데뷔 제안을 받고 하루아침에 인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소속사가 생기자마자 작업을 시작해 1년 후인 2004년 세상에 그의 이름으로 된 앨범 ‘더 퍼스트 저니’(The First Journey)가 나왔고, 당시 음악방송에서는 타이틀곡인 ‘사랑은 향기로 남기고’로 서태지까지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가수가 된 것도, 데뷔 이후 ‘브레인 서바이벌’ ‘X맨을 찾아라’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로 연기를 시작한 것도 사실상 그의 의지는 아니었다. 테이는 “예능을 하지 않기 위해 소속사와 신경전을 벌였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데뷔부터 예능, 드라마 등 모든 것들에 있어 자의보다 타의가 컸고, 사실상 스스로는 모든 일에 ‘집착’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처음 집착을 갖게 된 대상이 뮤지컬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에만 집중하자’는 건 아니었어요.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으로 처음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는데 이후 군복무를 한 후 ‘명성황후’를 하는 등 공백이 컸죠. 뮤지컬 배우에 모든 걸 걸겠다는 의지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시작한 시점으로 보면 올해로 9년차지만, 체감은 3~4년 밖에 안 된 것 같아요.”


여러 공연을 프로필에 올리면서 뮤지컬에 대한 테이의 애정과 집착은 더 견고해졌다. 지난 6월 30일 개막한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그를 더 흠뻑 빠지게 한 작품이다. 테이는 올해는 물론 지난해에도 이 작품에 출연했었다.


“‘루드윅’은 이미 저 안에 들어온 작품이에요. 지난해에는 ‘여명의 눈동자’ 초연 작품을 올리던 중 앵코르 공연으로 캐스팅 되면서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죠. 물론 그만큼 필사적으로 연습했고요. 공연을 하면 할수록 더 깊게 빠지더라고요. 다시 한 번 루드윅을 한다면 정리하고, 디테일하게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를 이해하고, 더 공부해서 이번 무대를 만들었어요.”


ⓒ과수원뮤지컬컴퍼니

‘루드윅’에는 베토벤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일대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기 위해 세 명의 베토벤을 동시에 무대에 올린다. 어린 시절의 루드윅, 청력을 잃고 고통스러워 하는 청년 루드윅, 그리고 젊은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는 노년의 루드윅. 그중 테이는 노년의 루드윅 역할로 캐스팅됐다.


“사실 처음 ‘루드윅’할 때는 청년 루드윅을 하고 싶었어요. 노년의 루드윅은 지금의 나이로 하자면 실제 나이는 50이지만, 지금의 70대로 그리고 있다. 그 나이에 맞는 표현하는데 있어서 제가 좀 어리죠.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연배가 있으신 선배 배우가 맡으면 한 마디를 ‘툭’ 던져도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것 같거든요.”


말을 그렇게 해도 테이가 연기하는 노년의 르드윅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부드럽지만 허스키한 테이 특유의 보이스톤 덕분에 몰입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테이는 여전히 ‘청년 루드윅’에 대한 욕심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대극장으로 간다면 충분히 청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대극장으로 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아요. 일단 음악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인물을 늘리고, 베토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태는 작업이 추가된다면 대극장 뮤지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죠. 그때는 연령대가 있고 내공이 있는 선배님들이 노년의 루드윅을, 저는 청년 루드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모든 일에 집착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테이는 청년 루드윅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그로 인해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스스로의 의지로 시작했던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는 더 치열하게 인정받길 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열정을 불태워서 한 것보다 그냥 흘러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그 방향대로 그저 따라갈 뿐이죠. 그런데 뮤지컬 배우에 있어서만큼은 예외인 것 같아요. 제가 선택한 것인 만큼 대중에게도, 스태프 분들에게도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드디어 저도 ‘집착’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네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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