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 화물 수요로 흑자 전환 속 자산·지분 매각 여력도
LCC, 국내선 수요도 사라질판...유상증자도 한계 뚜렷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업계가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전력하고 있는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도 커지고 있다.
최근 화물 수요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들은 사업과 지분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은 매각할 사업과 지분이 없어 유상증자에만 기대는 모습으로 그마저도 충분치 않아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확산세마저 다시 강해지면서 항공사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수도권에 국한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도 전국으로 확대 적용됐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그나마 소폭 회복돼 온 국내선 수요에 다시 타격이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이에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적자가 누적돼 온 항공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여객 수요 급감으로 인한 매출 타격이 장기화되면서 지점과 지역본부 축소와 함께 임직원들의 급여 반납, 근로시간 단축, 순환 휴직 등의 시행을 통한 비용 절감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현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어 항공사들로서는 올 하반기 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수 있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항공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악화될대로 악화된 업황 탓에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산이나 지분 매각이 눈물의 세일이 아니라 아직 팔수 있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기쁨의 세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최근 급감한 여객수요를 화물수요로 적극적으로 대체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매각할 보유 자산과 지분도 있어 유동성 확보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며 화물기로 대체하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2분기에 각각 1584억원과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흑자전환이라는 반전을 꾀했다.
큰 회사 규모로 보유 자산과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25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 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또 서울시의 문화공원 사업 강행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송현동 부지도 매각울 추진 중이고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도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반면 LCC들은 철저히 여객 수요에 의존해야만 하는 매출 구조로 매각할 자산이나 지분도 없어 운영 자금 확보와 채무 상환 자금 마련에 상당히 힘겨워 하는 모습이다.
해외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그마나 근근히 유지돼 온 국내선 수요도 여름 휴가철 종료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 보루였던 국내선마저 수요가 급감하면 당장 연내 유동성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이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말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던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중단했다.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금융기관에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지분율만큼도 청약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이 최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기존 현금 보유액을 더해 2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진에어도 현재 추진 중인 10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약 2300여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성공하더라도 당장 급한 불만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 중에서 항공기 임차료와 금융권 차입금 상환 등을 제외하면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금액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여객 등 매출 유발을 통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단기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어렵게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실적 구조가 여객 수요로 제한적인 LCC로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업황이 안 좋아지면 버티기 어려운 업체들이 하나둘씩 등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