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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100패가 현실로?’ 야구 자본주의의 역설


입력 2020.09.12 07:00 수정 2020.09.11 18:1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몸집 불린 프로야구 시장, 상향 평준화 현상

뚜렷한 '2약' 체제, 현대 야구에서 드물어

최하위 한화의 100패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뉴시스 최하위 한화의 100패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뉴시스

스포츠가 과거에는 선수들의 이상을 실현 시키거나 국가나 단체의 홍보 또는 선전 수단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경제 산업으로 발전하며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출범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당시 일상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모기업의 홍보 마케팅 차원을 뛰어넘어 당당히 수익 구조를 형성하는 하나의 기업으로 대우받고 있다.


특히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프로야구, 즉 KBO리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월드클래식베이스볼(WBC)에서의 잇따른 선전으로 범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했고, 그 결과 종전 8개 구단에서 10구단으로 늘리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스포츠 자본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실한 투자가 있어야 성적이 나온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스포츠가 야구일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악의 제국’으로 불리면서도 꾸준히 스타플레이어 수집에 나섰고 2000년대에만 네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영광의 시대를 보냈다. 그리고 최근에는 류현진의 전 소속팀이었던 LA 다저스가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KBO리그는 어떨까. 꾸준히 돈을 쏟아 붓는 빅마켓팀과 리빌딩에 힘쓰는 스몰마켓팀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KBO리그는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윈 나우’ 팀들이 즐비하다.


특히 야구의 인기 폭발과 함께 2010년대 초중반에는 구단들 간의 선수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FA 시장에 거품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거액의 투자는 확실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해 우승까지 도달한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화 이글스는 수백억 원의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프로 스포츠에 돈이 유입될 경우 리그 수준도 함께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상향평준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올 시즌 KBO리그는 설명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전력 평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뚜렷한 ‘2약’ SK, 한화의 등장이다. 평준화된 리그 수준에서 한시적 최약체 팀이 발생할 수 있으나 동시에 두 팀이 나온다는 것은 이상 현상임에 틀림없다.


10개 구단 1승당 비용(10일 기준, 단위 만 원). ⓒ 데일리안 스포츠 10개 구단 1승당 비용(10일 기준, 단위 만 원). ⓒ 데일리안 스포츠

이제 40경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할 초반, 2할 후반대 승률을 기록 중인 SK와 한화가 지금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KBO리그 최초의 한 시즌 100패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시즌 초 KBO 발표에 따르면, SK 선수단의 총 연봉은 리그에서 7번째인 72억 3300만 원이었고, 지난 몇 년간 페이롤을 크게 낮춘 한화는 61억 2800만 원으로 9번째였다. 다만 KBO리그 10개 구단의 연봉 규모는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각 구단들 간의 격차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10일 순위를 기준으로 SK는 1승을 얻는데 2억 1918만 원이, 한화는 2억 1131억 원이 소요됐다. 당연히 가성비 측면에서 리그 최하위다. 5위 경쟁 중인 KT 위즈가 1승당 9612만 원을 쓴 점을 감안하면, SK와 한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즌을 보내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코로나19라는 재앙이 닥치면서 많은 변수를 접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2약’ SK와 한화의 동반 몰락을 코로나19로 탓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결국 스포츠 자본주의의 논리에 근거해 이들 두 팀의 올 시즌 투자는 비효율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100패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수렁에서 벗어날 팀은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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