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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은④강원] "김정은에게 '생명존중' 친서?…어이가 없다"


입력 2020.10.03 07:00 수정 2020.10.03 04:33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안보에 민감한 강원, 공무원 총살 만행에 분개

권성동 "만나는 분마다 '北 심기만 살핀다'고"

이철규 "돌아가며 '계몽군주' '두 번이나 사과'

'누가누가 잘해요'식 칭송 경쟁에 말씀 잃어"

강원 최다선인 강릉의 4선 중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동해태백삼척정선의 재선 이철규 의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유상범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뉴시스

안보에 민감한 강원의 추석 민심은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살과 시신 소훼 만행이 최대 화두였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권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이 북한 김정은의 이른바 '통지문'이 나오자마자 여권 인사들이 돌아가며 '칭송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는 반응을 전해왔다.


강원 지역민들의 야당을 향한 당부는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좀 더 강하게 싸워달라"며 야당의 '행동'에 아쉬움을 토로한 반면, 중도에 가까운 시·군민들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집요하게 파헤쳐달라"며 원내에서의 진상규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 복당한 강원 강릉의 4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2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총살과 시신 훼손 사건에 다들 분개하시더라"며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국민의 생명에는 관심을 전혀 쏟지 않고 오로지 남북관계, 북한의 심기만 살펴서야 되겠느냐'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권성동 의원은 "'북한의 만행을 대통령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국방부가 정보를 검토했으면 당연히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을텐데, 유엔총회 연설이 묻힐까봐 보고를 받지 않은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화를 내셨다"며 "'보고를 안했다고 해도 문제고, 했는데 받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어도 문제'라는 분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당위원장을 지낸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의 재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추석 민심은 북한의 우리 해수부 공무원 총격·화형 사건에 제일로 분노했다"며 "대통령이 그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북한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는 '생명존중'의 지도자라고 해놓은 것에 대해 다들 '어이가 없다'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이철규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이 돌아가며 시리즈로 '계몽군주'니, '두 번이나 사과하신 게 어디냐'느니 마치 유치원생들이 '누가누가 잘해요' 하듯이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들을 잃으셨다"며 "과거의 민주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해왔던 분들 중에서도 '우리들이 지지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하며 실망스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하시더라"고 귀띔했다.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추석 지역방문을 자제하라는 정책에 따라서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아 추석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안타까워하며 "만난 분들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한계에 왔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면서도, 우리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계셨다"고 강조했다.


추석 직전에 석연치 않게 무혐의로 발표가 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생활 관련 특혜 의혹도 지역민들의 '추석 차례상 화두'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권성동 의원은 "'추미애라는 것은 검찰에서 무혐의가 됐다고 이대로 무혐의가 되는 것이냐'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그렇게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어떻게 법무부 장관을 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심하더라"고 전했다.


이철규 의원은 "'추미애 사태'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카톡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느냐. 이것을 본 분들이 다 끓어오르셨다"며 "'염치가 없는 사람 아니냐' '사과할 줄을 모른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나오면 벌써 자리를 내놓았는데 가증스럽다'고 아주 난리가 났다"고 개탄했다.


유상범 의원도 "추미애 사건이 무혐의가 된 것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들었다"며 "연세 있으신 분들이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살 만행과 '추미애 사태') 두 가지에 대해서 아주 분노가 크시더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더 강하게 싸워달라"
중도층 또한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며 분노
야권엔 국감 등 원내 수단 통한 진상규명 당부
유상범 "당최 말 안되니 진상 규명해달라 하셔"


북한의 우리 공무원 총살 만행에 민감하고, '추미애 사태'에 분노한 강원 추석 민심은 야권의 대응에 관한 주문에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야당의 '행동'을 촉구하는 반면, 중도에 가까운 시·군민들은 국정감사를 통한 진상규명 등 국회 내에서의 원내투쟁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 의원은 "더 강하게 싸워달라는 분들은 우리의 전통적인 보수 지지자 분들"이라며 "그분들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농성하고 장외집회하는 게 없으니까 답답해하시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도층도 '이렇게 뻔뻔하고 가증스러울 수가 있느냐'는 점에서는 같지만, 파헤쳐달라는 것"이라며 "국정감사나 다른 수단을 통해서 '집요하게 파헤쳐달라'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구 말씀들을 그분들이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유상범 의원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것은 공통된 주문"이었다며 "해수부 공무원의 총살 사건이나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는 '정부 발표나 검찰 발표가 상식적으로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으니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원권을 대표하는 야당 의원들은 이번 추석에 지역에서 수렴한 민심을 바탕으로 당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의지를 내비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철규 의원은 "여론조사가 과거나 지금이나 (정당 지지율이) 똑같이 나오는 것에는 아직까지 당이 완전한 정상화가 되지 못하고, 소위 '구심점'이 없는 게 클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총격 사건과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라는 두 개가 추석 민심이었던 만큼, 민심에 '흐름'은 분명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번 추석 때 지역민들로부터 복당 축하 인사와 기대를 많이 받았다는 권성동 의원은 "우리 당의 문제는 이제는 누가 되든 (내년 보궐선거에 나갈) 후보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감이 끝난 직후일 11월초까지는 최소한 인물을 띄우는 절차와 방법을 연구해서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의원은 "지도부가 당 차원에서 하는 게 무게가 실리고 제일 좋다"면서도 "나라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누가 나올 것인지 파악해보고, 한 분씩 그분들의 생각이나 철학, 시민을 위해 어떠한 행정을 펼칠 것인지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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