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청원] 배우 오정세의 아내, 이 분 아닙니다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10.04 10:52  수정 2020.10.04 10:53

배우 오정세 ⓒJTBC 제공

배우 오정세를 좋아해서 검색하다 다수의 포털 블로그들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젊고 스타일 넘치는 오정세 곁에 단아한 여인이 있고, 아내라고 소개돼 있다.


대중이 모든 배우의 아내를 궁금해하지는 않는다. 오정세에 관해선 다르다. 러브스토리가 워낙 유명한 탓이다. 두 사람은 초등 6학년 때 짝꿍이었다. 오정세는 당시 짝꿍을 뒤뜰로 불러 프러포즈를 했고, 불과 열세 살에 한 청혼은 현실이 됐다. 다른 사람을 만난 적 없이 한결같았던 마음. 두 사람이 떨어진 시간은 단지 3개월, 짝꿍이 외국에 다녀온 기간. 오정세는 그 시간의 그리움이 너무 깊어 귀국하자마자 결혼을 추진, 첫사랑을 아내로 맞았다.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이고, 배우 오정세가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나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배우로서 자세와 일치하다 보니 부러움과 응원 속에 화제가 됐다. 자연스레, ‘꿈을 이룬’ 커플, 밖으로 알려진 적 없는 ‘평생의 짝꿍’에 대한 궁금증이 배가될 수밖에 없고 그 짝꿍을 얼굴을 소개하는 블로그나 사이트가 환영을 받는 건 당연하다.


쿠키TV '연예브런치' 인터뷰 현장 사진 ⓒ기사 캡처

그런데! 예외 없이 아내라고 소개하는 여성은 배우 오정세의 아내가 아니다. 케이블 쿠키TV의 아나운서 김민희 씨다. 이 사달의 발단은 2012년 4월 9일 송고된 「[김민희의 스타인터뷰] 오정세 “연애 19년, 결혼 5년차…아직도 순정남이죠”」라는 기사에 게재된 사진이다. 제목에 ‘김민희의 스타인터뷰’라고 돼 있지만, 독자는 이 부분보다는 ‘연애 19년, 결혼 5년 차’에 주목했고, 배우 오정세와 아나운서 김민희 씨의 인터뷰 현장 사진을 부부 사진으로 받아들였다. 두 사람 모두 활짝 웃고 있고 인상이 좋다 보니 부부로 오인한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꿈 같은 이야기의 두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표정은 예의 밝지만 포즈가 건조하다^^.


당시 기사는 풀 버전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는 짤막한 기사였다. 하지만 영상보다 기사보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독 사진만 회자 되고 있다. 이번에 확인해 보니, 쿠키TV에서는 지난 8년간 무던히 해당 사진을 ‘오정세의 아내’라는 설명과 함께 게시한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 연락해 사진의 삭제를 요청했다. 요청에 응해 준 고마운 분들도 있지만, 삭제되기 전 새로이 퍼 나르는 분들이 생겨 ‘전면 삭제’는 불가능했다고. 최근 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모범형사’에서 오정세의 연기가 크게 박수를 받으면서, 해당 드라마들에서의 명연을 소개하는 것에 덧붙여 해당 사진을 게시한 사례가 늘었다.


문상태와 오종태 ⓒtvN, JTBC 제공

글을 적다 보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힘겹던 지난여름을 행복하게 했던 오정세의 연기가 더욱 그립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와 지적장애를 지닌 문상태는 실재에 가까워 놀라웠고, ‘모범형사’에서 오종태를 통해 보여 준 악인 연기는 차분하고 서늘해서 소름 돋았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의 마음 약한 지질이 노규태 역시 디테일까지 챙긴 명연기로 탄생한 인물이었다. 배우에 관한 관심을 딱 여기까지만, 배우와 작품으로서만 아끼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배우 오정세의 경우는 다르지만, 많은 배우와 연예인이 사생활을 공개하는 오늘이다.


그렇다 해도 먼저 공개하기 전에는 관심에 선을 그어놓는 건 어떨까. 그렇지 않았을 때 이번과 같이 아내와 남편이 뒤바뀌는 일이 생긴다. 배우 오정세뿐 아니라 아나운서 김민희 씨도 이미 결혼을 했다. 남편과 아내가 바뀌는 일보다 심각한 건 엄마와 아빠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두 사람 모두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다.


한가위를 맞아 청원을 드리고 싶다. ‘잘못된’, 결코 사실이 아닌 오정세 부부 사진은 이참에 삭제해 주시면 좋겠다. 가족 관계 바로잡는 멋진 팬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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