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0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 확정…시장점유율 20% 목표
혁신기업 20개·고급인재 3000명 달성 청사진…혁신설계센터 신규 구축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제2의 D램’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오는 2030년까지 AI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정부는 12일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에서 국무총리 주재 제13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AI 강국 실현을 위한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2.0)’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지배적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지금부터 국가적 대응 노력이 글로벌 주도권 경쟁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왜 AI반도체를 선택했나
이번 전략은 세계 최고 반도체 제조 역량 등 우리 강점을 기반으로 AI 반도체를 집중 육성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이다.
AI 반도체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분야다. 시스템반도체가 데이터 ‘수집 → 전송 → 연산’ 등 전 과정에 활용될 때, 이 중 AI 반도체는 데이터 학습·추론 등 AI 핵심 연산을 수행한다.
지난 2012년 딥러닝 등 AI 기술혁신으로 본격화됐고 1세대 AI반도체는 CPU+GPU로 시작됐다. 이후 2세대가 NPU(Neural Processing Unit)로 발전했다. NPU는 인간 뇌신경을 모방한 AI 알고리즘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정부와 업계는 2세대 NPU와 3세대로 떠오른 뉴로모픽에 주목하고 있다.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신소자, 신설계를 통해 집적도와 전력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프로세서다.
정부는 “AI 반도체는 AI·데이터 생태계 혁신과 미래 반도체 신시장 주도권 확보, 디지털 뉴딜의 성공 등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 기술분야”라며 “AI 반도체는 서버, 모바일,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산업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트너 등 주요 분석기관에 따르면 AI반도체 세계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6배 성장해 총 117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 반도체 선도국가 도약으로 AI·종합반도체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혁신기업 20개 ▲고급인재 3000명 양성을 위한 2대 추진전략과 6대 실행과제를 마련했다.
◆퍼스트무버형 혁신 기술·인재 확보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 AI 반도체 독자 개발로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설계·소자·공정 기술혁신을 추진한다.
1단계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서버·모바일·엣지 분야 혁신적 NPU ▲미래 신소자 ▲미세공정·장비를 개발(2020년~)에 집중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신소자, 혁신적 설계 기술 등을 융합한 초고성능·초저전력 ‘차세대 AI 반도체(뉴로모픽, 3세대)’ 개발(~2029년)로 최고 기술에 도전한다.
또 세계 1위 메모리 역량을 활용해 저장(메모리)과 연산(프로세서)을 통합한 PIM(Processing In Memory) 반도체 기술 선점에 나선다.
민·관 AI·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계기로 AI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도입·확산해 초기시장 수요창출도 염두하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광주 AI 클러스터’ 등 공공·민간 분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국산 AI 반도체(서버용 NPU)를 시범 도입·검증하고 2022년까지 AI 반도체가 탑재된 ‘고성능 AI 서버’를 자립화 한다는 구상이다.
고급인재 3000명 기업·정부가 일대일 투자하는 AI 반도체 아카데미 사업을 신설하고 석·박사급 설계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선도대학을 육성 올해부터 추진한다.
◆혁신성장형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정부는 궁극적으로 1사 1칩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수요 맞춤형 AI칩 50개를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1사 1칩 프로젝트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R&D에 2029년까지 1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자율주행차 핵심 R&D 역시 2027년까지 1조원을 쏟는다.
참여 기업에게는 시제품 제작 지원(MPW 비용 최대 70%), 공공팹 이용시 협력과제 우대가 주어진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신제품·서비스 상용화 지원도 이뤄진다.
내년에는 디지털 뉴딜 프로젝트 및 지능형 IoT 디바이스 개발 등 D.N.A 서비스 혁신과 연계해 선도적인 AI 반도체 시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팹리스-IP기업 공동 R&D(SoC-IP 패키지형) 및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협력(IP 설계, 공정최적화 등)을 지원하고 국내 파운드리 공정 개방 확대 및 IP 호혜적 오픈도 제공한다.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 대상에 차세대 반도체를 포함하고 투자설명회를 통해 AI 반도체 산업 자금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조성된 반도체 펀드(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성장펀드)를 활용, AI 반도체 기업 R&D, M&A 등에 700억원 투자도 이뤄진다.
이밖에 지난 6월 개소한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의 제2캠퍼스로 시스템반도체 AI화에 대응하는 AI 반도체 혁신설계센터를 조성한다. 신축되는 혁신설계센터에서는 ▲AI 팹리스 전용 지원공간 ▲기술지원그룹 ▲전문교육프로그램 등을 신설해 AI 반도체 역량을 제고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포스트코로나 시대 반도체 시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이자 시스템반도체 분야 핵심성장 엔진”이라며 “이것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수립 1년만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AI 반도체 전략을 수립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이어 “지난 20년간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AI 반도체 신격차를 창출해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