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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5조원 HMR시장 '스토리'로 승부수


입력 2020.10.14 06:00 수정 2020.10.13 16:4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밀레니얼 가치소비 ‘가속화’

단순 소비보다 개발 스토리 중시하는 소비자 겨냥

기업은 재고 부담 낮추고, 소비자 반응 가늠할 수 있어 ‘윈윈’

올반 인생 왕교자 묵은지 김치ⓒ신세계푸드

식품업계가 5조원 HMR시장을 잡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소비자가 직접 제품 개발 스토리를 보고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하고 있다. 출시 전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려 출시 후 판매율을 높이는 방식이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만 25~34세)의 가치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크라우드 펀딩’이 화두로 떠올랐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을 말한다. 일정 금액 이상 투자금이 모이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보상형’과 기업 지분 등에 투자하는 ‘증권형’으로 나뉜다.


보편적으로 식품업계에서는 ‘보상형’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업체가 펀딩하기로 한 상품에 대한 설명과 가격을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면 소비자들의 투자가 이뤄진다. 일정 기간 내 목표 금액이 모금되면 제품 생산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하는 이유는 직접 제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데다, 상품 개발 스토리 등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펀딩을 통해 제공되는 제품은 주문받은 만큼만 생산되는 한정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차별화된 식품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얼리 테이스터’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욕구와도 맞물려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점이 크다. 예정된 수량의 제품을 생산해 재고 부담을 낮추고 제품 가격 또한 낮출 수 있어 보다 가성비 있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기존 유통 채널보다 빠르게 소비자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HMR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HMR시장 규모는 2017년 2조7421억원에서 2022년 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8일부터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올반 인생 왕교자’ 신제품 2종에 대한 펀딩에 돌입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에 프리미엄 숙성 원재료를 활용해 차별점을 준 제품이다.


‘올반 인생 왕교자’ 신제품 2종은 ‘와디즈’ 펀딩이 시작된 지 하루만에 목표금액의 112%를 달성한데 이어, 2주가 지난 현재 342%를 달성했다.


아워홈 역시 지난 6월 ‘소고기&오색비빔밥’, ‘더블치즈&차돌깍두기복음밥’ 등 3종 제품의 출시 전 4월부터 약 한 달간 펀딩을 진행해 목표액(50만원)보다 1만4211%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9월 ‘소고기덮밥정식’ 등 3종으로 목표액인 500만원보다 888%대 많은 금액을 모금한데 이은 두 번째 흥행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펀딩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이고, 모금 규모는 곧 소비자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신제품의 정식 출시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미리 가늠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부담 역시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 집콕 시식회 안내물ⓒ풀무원

이밖에 식품업계는 가치소비를 겨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대형마트 시식 코너나 팝업스토어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창구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다.


그간 식품 브랜드들은 제품의 핵심인 맛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마케팅을 이어왔으나 최근에는 크게 달라졌다.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식회는 제품의 맛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특징을 알리는데 중점을 둔다”며 “다양한 재미 요소를 추가해 거리두기에 지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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