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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예능 속 세계관②] 정해진 형식 無, 유니버스의 확장


입력 2020.10.26 00:00 수정 2020.10.25 19:1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통일성 있는 서사, 팬들의 재미요소인 동시에 공감대 형성 포인트"

예능 속 세계관, 시청자들 능동적 참여 가능

ⓒ채널 십오야 ⓒ채널 십오야

예능에서까지 ‘세계관’을 활용하는 이유를 알기위해서는 먼저 케이팝 씬에서 자리 잡은 세계관의 성공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관이 케이팝 씬에 유행처럼 번지게 된 건 2012년 그룹 엑소가 놀랄만한 세계관을 들고 나오면서다. 이들은 팀 이름부터 태양계 외행성을 뜻하는 ‘엑소플래닛’에서 따왔고, 멤버들은 각각의 행성에서 저마다의 초능력을 가지고 왔다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졌다.


한 관계자는 가요계의 세계관에 대해 “엑소를 시작으로 가요계에 ‘세계관 붐’이 일어났다. 지금의 엑소가 있는 건 단순히 멤버들의 비주얼과 음악뿐만 아니라 팬덤을 뭉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 즉 세계관을 함께 풀어나가는 판타지적 요소에서 오는 재미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엑소의 등장 이후로 가요계, 특히 팬덤의 힘이 절대적인 아이돌의 세계에서는 이 세계관이 유행처럼 번졌고 지금은 필수 요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 전체를 둘러싼 세계관은 조금씩 변형을 거치면서 ‘시리즈물 앨범’에도 적용됐다. 최근 데뷔한 그룹만 봐도 고스트나인, 피원하모니, 엔하이픈 등 모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관은 팬덤 소비가 일어나는 콘텐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는 달라진 대중의 문화 소비 방식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팬덤은 단순히 스타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조금 더 내가 지지하는 그룹의 성장에 개입하고, 참여하길 원한다. 단순한 소비자의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생산자 역할까지 하고자 하는 욕망이 세계관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 관계자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통일성 있는 서사는 팬들의 재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서 “거기에 통일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매 앨범마다 스토리텔링의 확장성 또한 보여줄 수 있으니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면서 각자의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놀면뭐하니? 유튜브 채널 ⓒ놀면뭐하니? 유튜브 채널

다시 예능 속의 세계관으로 돌아오면, 예능 역시 과거 출연자들끼리 웃고 떠드는 그런 예능이 아니라 관객 참여형, 시청자 참여형 예능이 인기다. 아이돌 팬덤이 그렇듯, 시청자들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능동적으로 변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예능들을 중심으로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나영석은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개설한 이후 ‘숏폼’ 콘텐츠를 통해 ‘나영석 월드’를 확장했다. 기존 ‘꽃보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삼시세끼’ ‘윤식당’ ‘스페인하숙’ ‘신서유기’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것에 이어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실험에도 도전했다. ‘신서유기’를 외전으로 활용한 ‘삼시세끼 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그 시작이다. 방송에서는 5분 남짓의 시간동안 편성되지만, 유튜브로 시청자를 끌어들여 전편을 볼 수 있게 했다. 현재 채널 십오야는 22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김태호 역시 유튜브를 접목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놀면 뭐하니?’는 기존 유재석을 중심으로 카메라 릴레이 형식이었다. 유재석이 일종의 1인 크리에이터가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유재석이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캐릭터의 확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캐릭터를 만든다. 싹쓰리도 시청자의 의견을 통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이들이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을 예능 속으로 끌어들이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요소들을 마련하면서다. 일정하게 정해진 형식을 따르지 않고, 큰 틀 안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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