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전자산' 지위 누렸지만 등락폭 커져
세계중앙은행 10년 만에 매도세 전환 "결국 달러가 이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금값이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제 고점을 찍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이 일부 금 생산국을 위주로 10년 만에 금 매도세로 전환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불안정성이 어느때 보다 커진 상황에서 "믿을 건 금밖에 없다"는 투자심리 보다 "결국 달러가 이긴다"는 정설에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도 규모는 12.1t으로 집계됐다. 분기별 통계에서 순매도세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중앙은행들은 141.9t을 순매수했었다.
그만큼 세계중앙은행도 금값이 오를만큼 올랐다고 보고 '고점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금값은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며 고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다 최근 들어 온스당 19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6%(11.20달러) 하락한 18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4일 온스당 2021달러로 '2000달러 시대'를 연 이후 100달러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올해 유례없는 금값 고공행진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부양 정책의 영향이 컸다. 미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물자산인 금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금을 사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달러화 강세도 금값 상승세를 꺾는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통상 달러화 가치는 금값과 반비례 곡선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0.57% 상승한 93.94를 기록했다.
WGC가 발표한 '3분기 글로벌 금 수요 동향'은 "3분기 금 수요는 전세계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글로벌 팬데믹과의 사투를 지속한 영향을 받았다"며 "4분기엔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와 중앙은행의 매수세 전환, 경기 불확실성 등이 금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