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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외연 확장 '꿋꿋 행보'…우려 넘고 갈 길 간다


입력 2020.11.06 06:01 수정 2020.11.05 23:05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사회적 약자·청년 만나 '진정한 변화' 강조

"국민 정서 못 따라가면 집권은 불가능해"

당내 긍정·부정 평가 양분…갈등 해소 필수

"'공존의 정치' 중요…대승적 자세 가져야"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 아래 '뚜벅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약자와의 동행 및 청년을 위시로 한 선제적 정책 아젠다 제시 등으로 중도층을 공략해 지지율 상승을 담보한다는 복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 당의 기존 이미지에 '약자와의 동행'이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당의 이미지 개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부자 정당',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오인됐던 당의 이미지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면 향후에도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양극화 해소에 전력으로 경주하는 모습을 국민에 보이지 못하면 (동행위원회가)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국민의 매일 생활 향상을 도모하고 행복하게 하는게 우리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날 저녁 청년들과도 마주한 김 위원장은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외협력위원회 정책네트워크 '드림' 발대식에 참석해 "당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이 '국민의힘을 한 번 믿어도 되겠구나' 하는 정도까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 정서를 제 때 제 때 따라가지 못하면 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발대식에 참석한 정책네트워크 '드림'은 스타트업 창업가·작가·AI교육전문가·디스플레이 연구원·경영컨설턴트·세무사,·의료인·공연예술가 등 총 21명의 청년층으로 구성된 단체로,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 제시할 대국민 핵심 공약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김 위원장은 구성원들을 향해 "국민 생활과 관련한 분야를 철저하게 파고들어서 무엇을 했을 때 국민 생활이 편해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김 위원장의 거침 없는 행보를 바라보는 평가는 갈린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꾸준하게 보여준 김 위원장의 노력이 중요 지역의 민심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와, 지나치게 '중도 확장'에 집중한 나머지 당의 기존 지지층을 필요 이상으로 외면해 소위 '집토끼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부정적인 평가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평가는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데 기반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1.4%를 기록해 30.3%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오차범위 역전이긴 하나 내년 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에서 지지율 상승 추이를 보인다는 사실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라며 "보다 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당이 되기 위해 각종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중도 행보를 바라보는 기존 당 주축 세력의 곱지 않은 시선 또한 임계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역시 김 위원장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최근 영남권 중진 의원들과 김 위원장이 가졌던 회동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을 향해 "산토끼를 쫓다가 집토끼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도 이같은 일각의 기류를 의식한 듯 전날 소집한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지금 비대위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혹시 당직자들이나 당원 여러분들께서 다소 불편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최소한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당이 단합된 모습으로 참고 견뎌내자는 것"이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달래기에도 자칫 내홍으로 번질 수 있는 갈등의 불씨가 완벽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당의 명운이 걸린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후보 선출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간판 포기를 감수하는 '시민후보 선출'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있어 당내 기존 세력이 불만을 품고 있는 탓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야권이 우리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느냐"라며 '시민후보' 구상에 거리를 뒀지만, 선출직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기존 세력과 간극을 두고 독자적인 구상을 밀어붙인다면 공개적인 갈등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존의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김 위원장도,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도 명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민의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내 세력 싸움이 아니라 '선거 승리'이며, '정권 교체' 아니냐. 대승적인 자세로 포용의 정치를 해나가야 궁극적인 목표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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