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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집회, 보잉사 생산중단과 맞먹는 효과였나…靑경제수석의 이상한 논리


입력 2020.11.13 15:50 수정 2020.11.13 16:2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0.5%p면 보잉의 주력 기종 생산 중단 여파

GDP, 소수점 단위라도 경제에 막강한 타격

정책 평가엔 "신중하라"는 靑·政, 모순행보

이호승 경제수석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8·15집회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5%p 깎였다는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다. 비록 소수점 단위라 해도 GDP 0.5%p면 한 나라의 경제·산업에 미치는 위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고 근거 없는 발언을 내뱉은 건 한 나라의 경제수석으로서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이 대내외 이슈에 대한 GDP 전망치를 내놓은 연구기관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GDP 0.5%p 증감은 국가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화할 수 있고 지속성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되는 경우다.


즉 국가의 GDP 단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굵직한 충격파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분기 GDP 0.5%p면 '조' 단위로 넘어간다. 소수점대 변화라고 해서 안일하게 탁상 결론을 내리다간 통계학적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충고다.


올 초 항공기 최대 제조사인 보잉의 주력 기종인 737맥스가 추락 사고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737맥스 생산 중단에 따른 여파로 올해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0.5%p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 GDP 0.5%p를 달러화하면 위력이 체감된다. 737맥스 생산 중단으로 인한 1분기 GDP 감소폭은 90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10조원이 넘는다. 2분기엔 130억 달러(약 15조원) 감소치가 나올 만큼 주력기종의 생산 중단은 미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가했다. 프라켄은 "보잉 사태의 영향은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보다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외적 사건이 한국의 GDP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언, 브렉시트 때였다. 영국이 EU에서 발을 빼면서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LG경제연구원 등 한국의 투자·분석기관들은 일제히 GDP가 0.4~0.5%p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에도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글로벌명목 GDP가 통화량 위축에 따라 2.5~3.0%p 하락하고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가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과 영국의 교역은 135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때라 영국의 수요 위축으로 2000년대까지 영국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때에도 GDP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었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으로 국내 관광과 소비재 부문을 중심으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며 GDP 성장률이 0.5%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이 당시에도 근거가 뚜렷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CS)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연간 810만명 규모인데 이중 패키지 및 에어텔(항공권·숙박) 관광객 비중이 43.3%인 350만명에 달한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1인당 한국 내 평균 지출액이 2080달러 정도임을 고려하면 총 손실액은 73억달러로 한국 GDP의 0.53% 규모"라고 계산했다.


이같은 사례와 비교하면 이호승 경제수석의 GDP 감소 발언은 '근거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그의 발언을 돌아보면 "8·15 집회가 GDP를 0.5%p 감소시켰고, 만약 없었다면 3분기 GDP가 2.4%까지 올랐을 것"이라고 내던지듯 말한 것이 전부다.


한국의 연간 GDP가 약 2000조원이니 분기별 규모는 500조원이다. 500조의 0.5%p면 2조5000억원이다. 한 나라의 경제수석이 조단위 국가손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근거 하나 제시하지 않은 것은 그간 '통계 인용의 신중함'을 강조하던 행보와 모순된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책에 대한 민간의 평가가 나오면 '신중해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왔다. 임대차법이 지난 3개월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매맷값의 7배로 올려놨다는 감정원의 평가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며 반박했다. 이호승 수석은 도리어 "임대차법 시행 한 달간 전세 갱신율이 높아졌고 갱신계약 전세금도 2~3%에서 안정적이다"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국회 때 한 의원이 '세수 증가의 기준을 만드는데 필요한 명목경제성장률이 얼마냐'고 묻자 이호승 경제수석이 대답을 하지 못한 게 기억이 난다"며 "경제성장률 하나 챙기지 못하던 분이 광화문 집회로 0.5%p 줄어들었다 과감하게 이야기 하시는 건 어찌된 행보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일(14일) 서울 도심을 비롯한 전국 13곳서 '10만 민중대회'가 예정돼있다. 이번 시위 주최는 노동·민중단체들이다. 확진자가 엿새째 세자릿수에 머물며 코로나 악화 기로에 열리는 거대한 규모의 집회에 대해 경제수석이 어떠한 발언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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