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라는 전제 아래 제작진이 만들고 대중이 관람한다. 여기에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요소를 첨가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꾸며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날 것'의 힘이 살아난다.
페이크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에 가짜라는 뜻의 'fake'를 합성해 만든 단어로 허구의 사건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한 극영화를 말한다. 최근에는 특정대상을 풍자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모큐멘터리로 지칭하기도 한다. 모큐멘터리는 코미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가 이를 적극 활용했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제목도 주연 배우도 차인표다. 실제 1994년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 안에'로 전국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차인표의 배경도 영화에 그대로 적용했다. 극 중 체육관이 무너져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배우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바닥까지 망가지는 차인표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다.
차인표는 '완전한 사랑' '하얀 거탑' '끝없는 사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흥행 작품에 많이 출연했지만, '사랑은 그대 품 안에' 속 이미지가 강하게 인식된 나머지, 다른 작품 속 모습은 쉽게 휘발됐다. 차인표는 이를 고민으로 여기고 정제된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영화 '차인표' 출연을 결심했다.
한물 간 배우의 고충을 유감없이 보여주기에 '영화란 매체와 배우란 직업'을 다룬 모큐멘터리 방식은 더할 나위 없는 장르였다. 아내 신애라의 목소리 출연, 차인표의 동료이자 배우로 등장한 류승룡과 지승현 등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현실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다분하다.
현재 방송 중인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페이크다큐를 기반으로 했다. 도시에서 저마다의 방식을 살아가는 6명의 남녀 인터뷰와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교차 편집된다. 에피소드마다 '스스로 어떤 이성과 맞는지 알아?', '처음 잘 때 어떻게 시작해?', '사람을 아주 미치게 만들었다니까?', '걔는 그 반지 어떡했을까?', '헤어지면 추억의 물건은 어떻게 해?'라는 물음을 던지면 주인공들의 각자 대답한다. 여기에 관찰 예능 프로그램처럼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이 더해져 드라마로서는 신선함을 부여했다.
앞서 영화 '여배우들'도 페이크다큐 방식을 차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배우들은' 크리스마스 이브, 20대부터 60대까지 각세대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싸움을 벌이는 현장을 담았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실명으로 출연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화기애애하게 서로를 탐색하는 장면부터 갈등으로 언성이 높아지는 후반부까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연기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묘미를 가졌다. 연예인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카메라가 꺼진 촬영장을 무대 삼은 것도 흥미로운 대목으로, 페이크다큐 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이외에도 영화 '연애의 온도'와 '연애의 발견', '프로듀사'도 페이크다큐 형식으로 촬영해 극중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페이크다큐의 가장 큰 매력은 가공된 시퀀스라는 영화나 드라마의 본질을 넘어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현실성을 느끼게 해준다. 과거에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면이 흔들리는 헨드헬드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시각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있다. 다만 불친절한 설명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벼워질 수 있는 단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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