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정부 요금인하 압박’ 돌파 카드 ‘온라인 전용 30% 인하’
알뜰폰, 시장 잠식 우려에 도매대가 인하 요구…정부 ‘딜레마’
SK텔레콤 중저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가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동통신사가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겠다는데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여기에는 업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기존 5G 요금제가 고가 위주로 형성돼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가계 통신비 인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SK텔레콤은 비대면 시대 온라인 가입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저렴한 전용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저가 요금제 출시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의 구상은 기존보다 30% 싼값에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다. 월 5만5000원 ‘슬림’(9GB), 월 7만5000원 ‘5GX스탠다드’(200GB), 월 8만9000원 ‘5GX프라임’(완전 무제한) 요금제가 각각 월 3만원대, 5만원대, 6만원대로 내려간다.
대신 SK텔레콤 온라인샵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무약정 기준으로 공시지원금과 25% 선택약정할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결합상품 혜택도 제외된다.
하지만 시장 잠식을 우려한 알뜰폰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6일 “SK텔레콤 상품이 출시되면 알뜰폰은 5G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며 “알뜰폰 성장에 제동이 될 것으로 심각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SK텔레콤 5G 온라인 요금제는 월 데이터 9GB 상품이 3만8500원이지만, 해당 상품에 대해 알뜰폰업체가 SK텔레콤에 내는 도매대가는 이의 89%인 3만4100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SK텔레콤의 통신비 인하 노력은 환영하지만, 이대로라면 알뜰폰은 남는 게 없는 장사이니 도매대가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요금제 신청서를 받아 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이통사에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도 과기정통부이기 때문이다.
이번 요금제 신청은 새로 시행된 유보신고제의 첫 사례다. 사업자와의 의견 조율이나 딜 없이 SK텔레콤 신청서를 ‘반려’하거나 혹은 ‘통과’시키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SK텔레콤이 직접 신청을 철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번 신청이 반려당하면 해당 요금제를 내놓지 않으면 그만이다.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당장 가입자 유인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휴대전화 가입자 대부분은 2년 약정으로 이미 공시지원금을 받았거나, 25% 선택약정할인을 받고 있다. 위약금을 물지 않는 이상 약정 기간이 지나야 온라인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다. 싸다고 당장 갈아타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도 미미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통 3사 중 SK텔레콤만 유일하게 4만원대 5G 요금제가 없다”며 “KT나 LG유플러스로 해당 요금제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대거 이동하거나 신규 가입자 유인 효과가 생겨야 적극적으로 요금제 출시를 검토할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요금제를 출시한 뒤 5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이 4만원대 요금제로 내려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인 이통사 입장에서는 제 살 깎아 먹기인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에서 SK텔레콤에 요금 인하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얼마 없다”며 “다만, SK텔레콤이 자발적으로 4만원대 일반 요금제를 출시하는 식으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을 피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