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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벼랑 끝 내몰린 항공…자동차 등 제조업도 '고난의 행군'


입력 2021.01.20 07:00 수정 2021.01.19 18: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이건엄 기자, 이배운 기자

항공업계, 여행객 수요 사라지며 궤멸적 타격…구조조정 내몰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제조업도 생산차질·수요 부진으로 고전


국내 주요 산업현장. ⓒ데일리안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파가 불어 닥친 지난해는 항공업계에는 ‘재앙’이었고,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난이었다.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실적 악화는 물론 유동성 위기까지 심화되며 구조조정으로 내몰려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항공이었다. 각국의 봉쇄 조치로 글로벌 하늘길이 막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이 모두 중단됐고 국내선마저도 출혈경쟁이 지속돼 수익성이 악화되며 항공업계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1% 감소한 994억원에 그치고 당기순이익은 3677억원 적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310억원의 영업손실을, 제주항공은 2900억원, 진에어는 1800억원, 티웨이항공은 14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 사업과 순환 휴직을 통해 조금이라도 흑자를 내거나 적자 폭을 최소화했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기업 규모 대비 적자폭이 크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FSC와 LCC 모두 무착륙 관광비행 도입으로 유휴 항공기를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탑승률 저조로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당초 면세품을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상품 구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행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해 말 발생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국제 관광비행 1차 운항 기간(지난달 12일~이달 2일) 평균 탑승률은 49%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항공산업 재편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시장 대비 과도한 사업자수로 출혈경쟁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 구조에선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미래 생존마저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항공산업에는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더라도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5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각 무산 후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이스타항공과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을 포함하면 9개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이는 한국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 미국과 같은 수준이다.


국내 항공사들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산업 재편에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업의 경우 몸집을 키워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이 대표적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의 결합이 항공업계 인수합병(M&A)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LCC M&A가 잇달아 무산됐던 만큼 재편 의지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항공산업 구조 개편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며 “대형사와 LCC별로 통합이 가속화 되고 신생항공사가 들어오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트워크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통합 이후 신규 노선에 항공기를 새로 투입하는 등 공급을 늘리면 시장점유율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재편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제조업 분야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전동화, 자율주행화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던 자동차 업계는 예기치 못한 국경 봉쇄와 공장 폐쇄 사태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에서는 그나마 생산이나 판매 측면에서 차질을 최소화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상대적으로 잘 통제돼 소비 위축이 크지 않았던 데다 개별소비세 감면 등 경기부양 정책으로 수요가 늘며 지난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160만7035대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국내 일부 완성차 공장들이 중국 부품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와이어닝 하니스 등 부품 수급 차질로 가동을 중단하긴 했지만 연간 생산량에는 심각한 차질이 없었다. 일부 공장에서 확신자 발생으로 하루 이틀 가량 가동을 멈추고 방역 조치를 실시했지만 다들 공장 내 감염 사례가 없도록 잘 통제해 피해는 크지 않았다.


문제는 해외 상황이었다.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일부 국가에선 국경 폐쇄까지 이뤄지며 수출길도 막혔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7264만대로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판매(수출, 현지생산판매 포함)도 하나같이 큰 폭으로 줄었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19.8% 감소한 295만5660대 판매에 그친 것을 비롯, 기아는 8.7% 감소한 205만5937대, 한국GM은 16.2% 감소한 28만5499대, 르노삼성자동차는 77.7% 감소한 2만227대, 쌍용차는 28.8% 감소한 1만9528대의 실적에 머물렀다.


특히, 해외에 공장을 둔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 부진과 생산 차질이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쌍용차의 경우 예상치 못한 외풍까지 감수해야 했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본국 인도에서 코로나19 락다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며 유동성 위기에 몰려 법원에 회생절차까지 신청해야 했다.


자동차 업계의 ‘고난의 행군’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서는 일부 회복되겠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까지는 3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거시경제 측면의 회복세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동헌 글로벌경영연구소 지역분석실장은 “글로벌 경제는 제한된 성장세 회복 속에서 구조적 변화기에 진입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되는 데다, 부채 급증을 우려한 각국의 경기부양 여력 축소로 회복세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에 대해서도 “상반기에는 지난해 코로나 봉쇄의 기저효과로 급등하겠지만, 연간으로는 2019년 대비 9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주요국 정부의 환경·연비 규제 강화와 전기차 보급 지원 및 완성차 업체들의 볼륨 모델 판매 본격화와 신차 출시 확대로 올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전기차 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적용한 전기차 모델들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글로벌 거시경제 동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강업계도 실적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초 계절적 비수기인 겨울을 맞아 글로벌 철강 재고량이 늘어나던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쳤다.


전 세계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 차원에서 전방 산업인 자동차, 가전 등의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 시켰다. 아울러 철근 소비가 많은 공사현장들도 운영을 중단하면서 철강재 재고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에 반비례해 제품 가격은 하락하면서 철강사들은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당초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기업들은 조선용, 자동차용 등 주력 철강재에 대한 가격을 인상하려 했지만 전방 산업의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가격 협상력은 더욱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철강가격은 약세를 달리는 한편, 원재료인 철광석과 석탄은 생산 차질을 빚은 탓에 오히려 가격이 치솟았다.


포스코는 결국 지난해 2분기 별도 기준으로 1085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분기 영업 손실을 낸 것은 2000년도 분기 실적을 공시한 이후 처음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분기 297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다만 3분기부터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실적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는 세계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중국의 철강감산 조치 등 호재에 힘입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조선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유가 급락 및 물동량 감소로 선박 발주 심리가 위축되며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누계 발주량은 1924만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3%감소했다.


이같은 선박 발주량 감소 여파로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수주목표 달성률은 각각 91%, 65%, 75%로 모두 목표액에 미달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3%나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는 단 2척에 그치기도 했다.


유가가 급락하면 관련 재화를 운반하는 유조선 등 선박 발주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석유의 대체 에너지원인 LNG의 수요가 위축되면 우리 조선업계의 주력 업종인 LNG선 발주도 끊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시황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조선사들은 막판 수주랠리를 통해 실적 부진을 만회했다. 올해는 카타르 프로젝트 등 대형 LNG 프로젝트들이 재개 되면서 수주실적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며,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도 LNG선 발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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