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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㉗] 작곡가 이기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규현이 불러 더 기뻐"


입력 2021.02.06 05:00 수정 2021.02.06 09:2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싱어송라이터→작곡가로 전업…규현·김재환·전상근과 작업

ⓒ본인 제공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학창시절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이기환은 스물 한살이 되던 해, 작곡가로 진로를 변경했다. 작곡가로 활동하며 군악대에서 활동했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실용음악부터 클래식까지 전국의 음악 전공자들이 모인 곳에서 악기에 대해 새롭게 알게됐다. 이후 7년 만에 데뷔곡 규현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으로 작곡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기환은 김재환의 '모든 순간에', 전상근의 '내 방' 등 발라드곡을 연달아 작업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은 현재까지도 음원차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이기환은 이 데뷔곡이 세상에 나왔던 때를 떠올리며 당시 벅찼던 감정을 전했다.


"3일 정도 걸려서 쓴 곡이었어요. 처음에 가창자가 규현 씨인지 모르고 작업했는데 나중에 규현 씨라는 것을 알고 기뻤죠. 이 곡이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 받을지 몰랐어요. 그 동안 노력했던 것들이 생각나 울컥하기도 했어요."


이기환은 작곡보다 녹음의 디렉션을 보는 일이 아직은 더 힘들고 낯설다고. 긴장하면서 갔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녹음실은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녹음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어요. 제가 규현 씨를 평소에 좋아했어서 더 잘해야지란 마음도 있었어요. 녹음실에서 만난 규현 씨는 정말 프로페셔널하더라고요. 제가 경험이 없어서 부족한게 많았을텐데 곡에 대한 이해도 완벽했고, 보컬로 노래의 특색을 잘 표현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완성본을 듣고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이기환은 자신의 곡이 듣는 사람의 기억 속에 어느 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이 목표다.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이 그 목표를 일찌감치 이뤄줬다.


"어떤 분이 이 곡을 결혼할 때 남편이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추억 속에 살아있는 곡을 만들고 싶습니다."


혼자 작업을 해오던 이기환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고형은, 모상훈과 함께 얼마 전부터 팀으로도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 제가 가사와 편곡을 맡고 형들이 멜로디, 피아노, 화성을 정리해줍니다.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혼자 작업했을 땐 몰랐던 일들을 배우고 있어요. 또 혼자하는 고민을 함께하니 작업속도도 빨라졌어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제 영감이 되는 경험도 하고 있어요."


곡 정서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발라드는 보통 혼자서 작업한다. 이기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 개인 작업의 장점이라고 설명하며 그러기 위해서 가사에 제일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을 하면서 가사의 중요성을 점점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욕심도 많이 내고 있고요. 그림이 그려지는 가사를 쓰려고 해요. 또 테마나 스토리라인에 잘 어울리는 단어도 찾아보고요.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이 '움찔'이란 흔하지 않은 단어로 사랑을 이야기 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사랑과 이별에 담길 수 있는 내용은 흔하지만 표현은 다 다르게 할 수 있잖아요. 그걸 염두하고 테마를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려고 해요."


그는 운동과 책 읽기가 취미였지만 최근에는 작곡에만 몰두하고 있다. 스스로 부족한 점들이 느껴져 하루 빨리 역량을 늘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일을 하면서 제 안에 부족한 걸 채워넣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작업에 매달리기도 하고요. 또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도 시간을 내 분석해요. 편곡도 하다보니 소리가 어떻게 하면 더 잘나올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현재는 발라드 위주로 의뢰가 들어오지만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무슨 장르든지 다 잘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거든요. 작업 들어온 노래가 픽스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은데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작업하려고 해요. 댄스 뿐만 아니라 재즈, 팝, 영화 음악 등 해보고 싶은 음악들이 많아요."


이기환은 작곡을 꿈꾸는 이들에게 결과를 생각하기 보다는 최선의 결과물을 통해 어디든 부딪쳐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쟁이 치열해 힘든 시장이지만 혼자 작업하고 부딪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 작곡가로 데뷔해도 부족한 점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라며 지망생들을 응원했다.


"저도 곡을 집에서 작업하던 사람입니다. 곡을 보내서 평가를 받아야되는데 '난 아직 부족해'란 생각으로 계속 숨겼어요. 그런데 일단 도전을 해야 기회가 생깁니다. 자신감이 없더라도 일단 하드에 잠자고 있는 노래를 소속사나 퍼블리싱에 보내세요. 결과가 안좋더라도 자신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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