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시간 연장 영업”…외식업계 “그야말로 미봉책”

영업제한 오후 9시→10시 '찔끔' 완화에 냉소적 반응

식당·주점 등 야간업종 ‘반발’…“실효성 있는 대책 나와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완화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 있다.ⓒ뉴시스

15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한 단계씩 낮아진 가운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기 보다는 여론에 휩쓸려 나온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각각 2단계와 1.5단계로 한 단계씩 완화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시간 제한은 오후 10시까지로 늘어났고, 비수도권은 영업시간 제한은 해제됐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관계자들은 “여론과 자영업자들의 저항에 떠밀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1시간 연장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주로 밤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는 식당·주점은 상반된 반응이다.

이들은 오히려 밤 9시 제한이 풀리면 인건비 부담만 가중되고, 매출 증대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1시간 늘려주는 것은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밤 장사는 오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1시간 늘려준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결국엔 집합금지랑 똑같은 처사”라며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6시간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캡처

5인 이상 집합금지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직계존비속(민법상 직계혈족)인 가족은 5명 이상이어도 식당이나 집에서도 식사 모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형제‧자매는 안 되고 부모 동반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혼란만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 책임을 자영업자에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은 직계가족은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증명서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자영업자의 가욋일만 늘어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아지고 있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50대)씨는 “예를 들어 조부모-부모-나·배우자-딸 부부-손자 5대가 모이면 5인 이상 만나도 관계없지만, 부모 없이 내 가족과 형제 가족끼리 5인 이상 만나는 모임은 안된다는 얘기다”며 “그야말로 코메디가 따로 없는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신경쓸 것도 많은데 이젠 가족이라고 우기는 것까지 따지고 앉아있게 생겼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매뉴얼만 늘려 서로가 번거롭고 힘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비수도권 접경 지역의 경우 영업제한이 없는 지역으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높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촘촘한 방역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여론에 밀려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업종별 세부적인 방역 지침을 만들어 달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3일 “일부 업종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영업시간제한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주점·호프·코인노래연습장·당구장 등의 업종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방역기준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야간영업 중심의 주점·호프·코인노래연습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또 한 번 실망을 안겨줬다”며 “자영업자의 요구와 여론에 밀려 미봉책을 계속 발표할 것이 아니라 방역기준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형평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집합금지·제한의 피해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손실 보상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피해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