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터 존스’는 스탈린의 만행을 폭로한 가레스 존스 기자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는 소련의 전체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이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영화에서도 존스와 조지 오웰이 만나는 장면이 연출돼 조지 오웰이 존스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도록 연결시키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정치 풍자 소설로 손꼽히는 ‘동물농장’은 1945년 조지 오웰이 동물을 의인화 시켜 소련의 전체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은 작품이다. 돼지 메이저의 선동으로 동물들은 인간들에게 착취당하는 노예적 삶에서 벗어나지만, 결국 돼지들만 특권을 누리고 다른 동물들은 더 심한 착취를 당하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1930년대 초 런던,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 분)는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 기자로 주목받는다. 그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선전하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고 직접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퓰리처상 수상자인 월터 듀란티를 만나 협조를 요청하지만 소련의 현실과 타협한 그에게 실망하고 만다. 소련은 외신기자들이 모스크바 밖에서 취재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자들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해 기자들이 진실한 보도를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도청과 미행, 납치의 위협 속에서도 가까스로 우크라이나로 잠입하고 존스는 마침내 참혹한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는 기근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대참사, 홀로도모르를 고발한다. 홀로도모르는 ‘기근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뜻으로 1930년대 초 소련의 자치공화국인 우크라이나에서 기근으로 5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을 의미한다. 당시 소련은 세계 3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모든 곡식을 산업부흥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져가면서 우크라이나는 대기근을 겪게 된다. 영화에서 존스가 추위를 피하러 들어간 집에는 가족 모두 침대에 누워 야윈 채 굶어 죽어 있었으며, 기근으로 길가에 버려져 있는 시체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전체주의의 실상을 비판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나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중앙집권통치인 전체주의는 자기들의 목표를 위해 반대의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소련은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대참사를 알리지 못하게 막았으며 여행 또한 제한해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영화는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실상을 통해 소련 전체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진정한 저널리즘의 가치와 정신도 일깨운다. 로이드 영국 수상의 외교 자문 경력을 가진 캠브리지대 출신의 가레스 존스는 히틀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 지도층에게 전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세계 대공황 속에서 소련의 실상을 취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가지만 다른 외신기자들은 스탈린에게 매수돼 소련을 위한 기사만 전달하고 심지어 퓰리처상 수상 기자까지 진실을 덮고 거짓 보도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스는 생명을 담보로 한 취재 끝에 우크라이나로 잠입해 홀로도모르의 참상을 밝혀낸다.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모든 언론인들의 귀감이 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탈린의 악행과 전체주의의 허상은 신선한 주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과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준다. 영화는 국가 권력의 폭력과 거짓 선동 그리고 이를 돕는 부패한 언론은 대중의 눈을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코로나 19사태와 경기침체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세계는 다시 강한 정부개입과 전체주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영화 ‘미스터 존스’는 전체주의의 문제점과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영화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