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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북 제재이행 강조한 날…통일부 "금강산 개별관광 준비"


입력 2021.02.26 04:00 수정 2021.02.25 22:12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美 "韓, 이란·北 제재이행에 중요한 역할"

이인영, 개별관광 관련 '제재완화' 촉구

전문가 "무리하면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 소지"

통일부 "개별관광은 제재 감안한 창의적 대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한 '한국 역할'을 강조한 날, 문재인 정부는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적 대북정책'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공조를 강조하며 "서두르지 말라"고까지 한 상황이지만, 남북관계 주무부처 장관이 독자 대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거는 모양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 원유대금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이란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북한과 관련해서도 제재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재이행의)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질문 내용과 무관한 북한 문제까지 굳이 거론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제재준수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며 '공통의 목표'를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의 '과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인영 장관은 이날 금강산 개별관광 등 북한 개별방문에 대한 제재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이달 초 외신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제재완화 관련 언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장관은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주관한 세미나 영상축사에서 실향민의 북한 방문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우리 민족의 뼈아픈 역사에서 유래한 분단과 이산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 개별방문이 갖는 인도주의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 제재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되면 "정부가 금강산 개별방문부터 재개한다는 목표로 제반 사항들을 착실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을 재검토 중인 미국이 동맹인 한국·일본과 협력해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기보단 어떻게든 앞서나가려 애쓰는 양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최근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최우선 순위는 한미관계를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남북관계에 있어) 너무 무리했다가는 오히려 남남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바이든 행정부와의 갈등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서두르진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 제8차 노동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발사체 '북극성-5ㅅ(시옷)'(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대북제재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카드인 만큼, 섣불리 완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이날 한 웨비나에서 "제재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 내 손꼽히는 '대북 대화파'로 이 장관이 지난 5일 북핵문제 자문을 구한 인사이기도 하다.


갈루치 전 특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북제재는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인 대북제재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었기에 대화(협상)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만큼, 국민 안전이 담보되기 어려운 개별관광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해당 사건 이후 유감 표명만 했을 뿐 재발방지 약속·대책 등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라며 "개별 방문이 창의적 대안이라는 기본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당국자는 "대북제재를 비롯한 여러 상황들을 감안할 때, 개별방문 방식은 한번 시도해볼 수 있는 관광재개 방안의 하나라고 본다"며 "각계 전문가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왔고, 검토사항 중 다듬을 부분 등을 계속 짚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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