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민이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입장 모순
미국 방문 앞두고 자신과 여러 차례 현안 논의 대통령에게 뒤끝
무능(無能)은 많은 경우 비겁(卑怯)을 겸한다.
살면서 무능해서 비겁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봤고, 또 비겁해서 무능해 보이는 사람도 겪어 봤다. 그래선지 ‘비겁’과 ‘무능’이라는 말은 함께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여기에 ‘뒤끝’까지 함께 하는 경우를 본다.
야당에서도 많이 참다가 지난해 문 대통령을 ‘비겁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것이다. 25차례나 나온 부동산 대책, 측근들의 철없는 죽창가(竹槍歌) 타령, 조국 옹호와 1년에 걸친 검찰총장 축출 극, 문제투성이 인물 기용 등 사례는 넘친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비난하는 전단을 돌린 30대 남성을 1년 반 전에 모욕죄로 고소한 사실이 드러나 뒤끝도 만만찮음을 보여준다. 친고죄인 모욕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기고 본인에게 통지했다.
이 청년은 경찰 조사에서 “북한은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해도 좋고 국민인 나는 ‘북조선의 개’라고 욕하는 것이 모욕이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집권을 전후해 “국민이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면서 자못 여유 있는 입장을 보여온 터라, 더욱더 놀랍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앞으로도 사안에 따라 고소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 옹졸한 뒤끝이 어디 가겠나.
대통령의 ‘뒤끝 작렬’은 나라 밖으로도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의 방미를 앞두고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라고 듣기 섭섭한 소리를 했다.
지금은 웃기는 소리로 들리지만, 지난 2019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2019.2.18.).
이런 낯 간지러운 소리를 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오지 말라는 데도 판문점 북-미 회담장을 찾아가 끼어든 것을 알고 있는(2019.6.30) 트럼프가 이런 비판을 그냥 넘길 리가 없다.
이틀 뒤 트럼프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김정은은 한 번도 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다”면서 “문 대통령은 리더로서 그리고 협상가로서 약(弱)하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사실 문 대통령에 대해 백악관은 속마음을 슬쩍 보인 적이 있다. 작년 가을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서다. 볼턴은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들’이라고 적었다.
바이든에게는 트럼프의 싱가포르 북미회담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충고하면서(뉴욕타임스, 2021.4.21) 정작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시원찮다’고 비판하는 문 대통령을, 미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어 한다.
국가 간, 지도자 간 상호 비난은 드문 일이 아니다. 트럼프도 재임 당시 현안을 독단적으로 처리해 동맹국들과 상호 비난과 시비를 자주 벌였다. 지금도 미국은 러시아와 터키 등과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우리도 주권국가로서 미국과 일치된 견해를 갖기가 어렵다. 처한 입장이 다르고 추구하는 국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 방문을 앞두고(5.21) 자신과도 여러 차례 현안을 논의했던 직전 대통령에게 뒤끝을 드러내거나, 그와 경쟁하던 현 대통령에게 경쟁자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북정책 외에도 코로나 백신을 놓고 바이든에 대해서도 각을 세운다. 지난 4월 26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백신 구매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가 현 백신 파동의 원인이라고 ‘국제적인 내로남불’을 시도했다.
코로나로부터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자국 우선주의’는 그리 비난할 일이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 위정자들이 자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처럼 우리 국민이 맞을 백신이 빠듯한데도 ‘북한에 백신을 보내주겠다’는 등 정신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로 어땠는지 그의 회고록 출간이 기다려진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