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지게꾼의 아들, 구포시장 노점상
단속에 실랑이하던 조경태…당대표 '정조준'
"가난한 힘없는 서민 대변하려 정치 뛰어든 것
당대표되면 야당부터 부동산 전수조사하겠다"
"야, 넌 뭐야?"
1995년, 구포시장에서 노점상을 철거하던 용역의 한마디가 부산대 토목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강사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당시 27세였던 조경태 의원은 "단속만 하면 될 것을 물건까지 죄다 압수해가는 통에 노점상 어머니들이 주저앉아 우는 것을 보고 달려들어 실랑이를 벌이다가 '너 뭐냐'는 말에 충격을 먹었다.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아니더라"며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부산 자갈치시장 지게꾼의 아들, 국립대인 부산대의 등록금도 버거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고학생은 이러한 계기로 두 차례의 낙선 고배 끝에 2004년 36세의 나이로 부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됐다. 53세로 5선 중진의원 반열에 오른 조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최고위원을 지내고, 이제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정조준하기에 이르렀다.
전국 각지를 돌며 당원들을 만나기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을 20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관세평가분류원의 세종시 유령청사·특별공급 규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에 잠시 올라온 짬을 틈탔다. 조 의원은 "관평원이 가짜 유령 건물을 짓고 특공을 47명이나 받았더라.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라며 "야당이 국민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당대표 선거 때문에 그런지 말이 없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조 의원은 생각이 젊은 게 진정한 세대교체이고 당 체질교체의 필요조건이라며, 자신은 정계 입문의 초심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혁과 쇄신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은 "누구나 개혁을 하겠다, 쇄신을 하겠다고 말은 하는데 말로만 하는 게 쇄신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고 보여줘야 한다"며 "송모 의원 갑질 논란에 100명이 넘는 당 의원들이 다 침묵할 때, 조경태가 유일하게 징계해야 한다는 일성을 내지 않았느냐. 당원들을 만나보니 그게 그렇게 참 크게 들렸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야당 국회의원부터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하겠다. 국민들이 부동산으로 인해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야당이 먼저 모범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지 없는지도 반드시 밝혀내겠다. 이런 점은 조경태가 당대표 후보 가운데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자처했다.
"당대표는 자기 빛내는 자리 아니라 헌신·봉사
지역구서 인정부터 받는 게 이치 아니냐" 일침
"판검사 출신만이 아니라 흙수저 출신도 필요
흙수저 조경태 당대표 되면 일대 혁명적 변화"
'초선기수론'이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날은 아직 총선 당선 경험이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도 당권 도전 대열에 합류했다. 이를 바라보는 웬만한 초선 의원보다 젊은 만 53세 5선 중진의원의 심경은 어떨까. 이 질문에 조 의원은 자신이 36세 초선·40세 재선 시절에 중앙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던 이유로 답변을 대신했다.
조경태 의원은 "당대표라는 자리는 자기의 이름을 빛내는 자리가 아니라 당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자리"라며 "일단 자기 지역구에서 인정받고 받쳐주는 것을 전제로 당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초선·재선 때는 '지역구 일을 더 열심히 해달라'는 지역구민의 요구가 많았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3선쯤 되니까 그 때는 지역구민들께서도 '큰 정치를 하라'고 요구하시더라"며 "5선까지 큰 지금에 있어서는 지역구민들께서 먼저 조경태가 당대표가 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분들의 기대에 부응해 좋은 정치를 펼쳐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날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예비경선 통과가 확실시돼 조 의원과 본경선에서 각축전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서울법대 78학번에 판사 출신, 나 전 원내대표가 같은 학교 82학번 판사 출신에 장외(場外)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같은 학교 79학번 검사 출신이다.
이와 관련, 조경태 의원은 당이 법조정당화할 것을 경계했다. 조 의원은 "판·검사, 변호사 출신들만으로는 로펌정당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며 "엘리트 정치인들도 지도부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나같은 흙수저 출신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흙수저 출신 조경태가 당대표에 당선된다면 일대 혁명과도 같은 큰 변화가 일 것이다. 비단 국민의힘만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정당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노자의 도덕경에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고 한다. '조경태 당대표 체제'에서의 우리 당은 항상 24시간 깨어있으면서, 크고 작은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출신…대선 사령탑 '자신감'
"다른 후보들, 상대를 잘 알지 못한다는게 약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란 말이 그냥 나왔겠나
민주당서 3선했던 경험, 당의 자산으로 써달라"
6·11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국민의힘의 새 당대표에게 주어질 지상명령은 정권교체일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을 엄정하게 관리해야 하고, 대선후보가 선 뒤에는 집권 세력과의 공방에서 최전선에 서야 한다. 조 의원은 이 대목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경태 의원은 "5선을 하면서 계파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 나와있는 후보들 중에서 계파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당대표 후보"라며 "특정 대권주자와의 친소 시비 없이 가장 공정하게 경선 관리를 할 수 있다. 공정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가장 맞는 대선후보 경선이 될 것"이라고 자임했다.
아울러 "조경태가 당대표가 되면 지지율이 높은 분도 낮은 분도 기뻐하거나 실망할 게 없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동등하게 갈 것"이라며 "내부에서 흑색선전을 한다면 아무리 지지율이 높더라도 우리 당의 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즉각적으로 탈락시키겠다. 공정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경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의 대선 본선 대결에는 더욱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 의원은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민주당에서 3선을 하고 지도부에까지 있으면서 친문패권세력과 맞서와 그들의 속성과 심리를 뻔히 들여다보는 자신이야말로 대선 사령탑의 최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조경태 의원은 "다른 후보들도 강점이 있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그분들의 약점은 상대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상대를 모르고 있으면 항상 불안하고, 잘못된 전략·전술로 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대선은 박빙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마타도어나 공작정치가 판을 칠 것"이라며 "내년 대선 때 (민주당이) '장난'을 못 치게 하겠다.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당이 절대 불리한 조건에 처하지 않도록 해낼 자신이 있다"고 단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3·9 대선에서는 '김대업 공작'이나 '드루킹 공작'을 능가하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마타도어나 공작정치를 지혜롭게 잘 방어해낼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며 "상대편을 잘 아는 당대표가 나오는 게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손자병법에 그냥 나온 게 아니지 않겠느냐"며 "민주당으로 부산에서 3선을 했던 경험, 민주당에서 최고위원을 했던 내 경험을 당의 자산, 모든 당원들의 자산으로 써달라"고 호소했다.
"내 정치인생, 단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다
지금의 여러 환경들도 극복해나갈 자신 있다
본경선 5명으로 압축되면 조경태 장점 보일 것
개혁적이고 서민적인 당대표로 정권탈환하자"
조 의원은 부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3선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당내 계파패권세력은 철옹성을 치고 배제의 정치로 그를 따돌렸다. 참을 수 없어 제대로 된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당으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영남당 프레임'에 걸렸다. 민주당으로 부산에서 3선을 하며 지역주의 타파의 기수로 불렸던 조 의원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다.
초·재선 때는 묵묵히 지역구민을 위해 일하며 경륜을 쌓아야 하는 시대에 정치를 시작했다. 50대·5선이라는 나무랄데 없는 경륜을 바탕으로 이제 당대표에 도전하려 하니, 갑자기 '초선기수론'이 나오면서 초선 의원, 심지어 원외 인사들과 부대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만 36세에 초선을 달았던 조 의원의 입장에서는 이 역시도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경태 의원은 "그만큼 시대가 변화했다고 보기는 하는데…"라며 잠시 쓴웃음을 짓더니, 곧바로 표정을 고치며 "내가 정치를 하며 단 한 번도 순탄했던 적이 없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내 힘든 길을 극복해오지 않았느냐. 변화한 지금의 여러 환경들 역시도 내가 겸손한 마음에서 극복해야할 과제이고 숙제"라며 "잘 극복해나가겠다. 자신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선관위는 지난 18일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상위 5명의 당대표 후보자만 본경선에 올리기로 의결했다. 조 의원은 "지금은 후보자들이 너무 많아서 당원들이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지만, 5명으로 압축되면 장단점이 보일 것"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당원들은 분명히 나 조경태를 선택할 것이며, 내년에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당원과 국민들도 조경태를 선택할 것이다. 본선에서 강한 후보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겠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누가 당대표가 됐을 때 민주당이 더 힘들겠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민주당보다 더 젊은 당대표, 더 개혁적인 당대표, 더 서민적인 당대표가 나와야 한다"며 "나 조경태를 믿고 함께 해주신다면 분명히 내년 대선에서 우리가 정권을 탈환할 것이고, 문재인정권이 흐트러놓은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을 정권교체를 통해서 정상적인 국가로 다시 되돌려놓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