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권 확보한 노조…조합원 의견 수렴 후 파업 결정
스마트폰 OLED 점유율 60%대 전망…독주 체제 균열
올해 QD 디스플레이 전환 원년…경쟁력 저하 우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기업들의 추격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노조리스크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사적 역량을 총 동원해 미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조합원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파업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전자 계열사로서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14일 세종시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임금협상 관련 2차 조정회의를 한 결과 '조정 중지'로 결론냈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 선언으로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쟁의권)을 갖게 되는데 앞서 진행한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와 관련해 찬성의견이 압도적이었던 만큼 파업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이 부회장 대국민 사과 이후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던 만큼 사측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2020년 2월 한국노총 산하로 출범했다.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2400명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노조리스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력인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삼성디스플레이 독주 체제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조사 업체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019년 86%, 지난해 78%를 기록했고, 올해는 77%, 내년에는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올해 15%에서 내년 2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올해 6%에서 내년 13%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올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전환 원년이라는 점에서 노조 파업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Q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차세대 패널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찬가지로 자발광을 강점으로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QD디스플레이 관련 설비를 아산사업장에 반입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시범생산에 돌입했다. QD 전환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13조1000억원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과거처럼 호황도 아닌데다 최근 중국기업들까지 치고 올라오며 녹록치 못한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전반적인 산업이 위축된 현 시점에서 노조의 파업이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리스크는 결국 미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파업 명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전날 기흥사업장 대표이사실에서 김정란·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공동위원장과 한 시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면담을 통해 회사가 그동안 임금협상에서 제대로 된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임금협상을 위한 새 교섭안 관련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해 회사 실적 등을 근거로 기본인상률 6.8% 인상과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영진은 올해 초 노사협의회를 거쳐 합의한 기본 인상률 4.5% 이상은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