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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이준석 돌풍', 사실상 문대통령이 만들었다


입력 2021.06.03 07:00 수정 2021.06.03 07:0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2030, 文 비롯 기성 정치인 위선에 분노

젠더 이슈 등 대변하는 이준석에 열광

文, 청년의 변화·쇄신 열망에 응답해야

문재인 대통령,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청와대·국회사진취재단

최근 정치권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헌정사 최초의 '30대 당대표' '0선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의 행보는 성패와 무관하게 하나의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을 상징하는 건 단연 '젠더 이슈'다. 그는 여성할당제, 여성 징병제 등 양성평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이대남'을 적극 대변해왔다. 기성 정치인들이 젠더 이슈에 몸을 사려 온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이 전 최고위원이 기성 정치를 향해서도 사이다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2030세대는 '새 정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돌풍'을 '트럼피즘(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치 행태)'에 빗대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만의 언어로 '변화의 상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준석 돌풍'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돌풍'과도 비교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촛불정국에서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핵심 가치로 내걸며 2030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에게 변화와 쇄신을 기대했다. 정권 출범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90%에 달했던 2030세대 지지율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2030세대는 점점 문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성인남녀 1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은 각각 30.3%, 36.1%로 나타났다. 20대는 전주 대비 2.4%p, 30대는 14.5%p 하락한 수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를 참조).


2030세대 지지율의 하락 요인은 '조국 사태' '부동산 문제' '고용 참사' 등이다. 2030세대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권의 공정 가치가 상실됐고, 부동산 문제로 사회적 박탈감을 경험했으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처참한 고용 참사를 겪었다. 이제는 2030세대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됐다는 말이 문 대통령과 정권을 비판하는 문구로 쓰인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침묵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2030세대의 이탈을 더욱 심화시켰다.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때, 소수를 대변해야 할 때,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침묵하는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문 대통령이 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한 문 대통령이 정작 여당 정치인들의 성범죄 의혹은 외면하자, 2030세대의 분노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지는 지난 1일 '젊은층에게 외면받는 한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진보주의자 문 대통령을 4년 전 당선시킨 건 젊은이들이었다. 지금 그 젊은이들이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청년들은 경제 분야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가치 문제에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실패한 권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헬조선'이라 부르는 한국의 현실적 어려움을 마주한 청년들이 '촛불혁명'에 참여해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꼰대'들의 위선을 참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2일 '이준석 돌풍'과 관련해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20~30대가 낙선을 통해 좌절을 경험한 이 전 최고위원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한국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결국 문 대통령을 비롯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이준석 돌풍'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3일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와 만남을 갖는다. 이번 만남이 '이준석 돌풍'과도 무관치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이 2030세대의 변화·쇄신에 대한 열망에 응답할지 주목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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