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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현진 "지난 4년 당원들과 동고동락…이제 검과 방패 되겠다"


입력 2021.06.07 06:00 수정 2021.06.07 05:5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조국의 시간' 들고 집권세력 위선 질타 '눈길'

"위선·내로남불…나 스스로도 피해 봤지만

언론사 넘어 문재인정권 전체의 정신 되더라

내 피해보다 국민의 피해에 집중하고 싶었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배현진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4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대전·충남북·세종 합동연설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배현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인 '조국의 시간'을 들고나와 화제가 됐다.


배현진 의원은 '조국의 시간'을 치켜들더니 "조국이 '나의 고통이 엄청났다'고 한다. 이 얼마나 무도하고 뻔뻔한 이야기냐"며 "내년에 이렇게 내로남불하는 문재인정권을 씻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에는 망국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의 시간'을 들고 있는 배 의원의 모습은 마지막 합동연설회였던 이날 국민과 당원들의 시선을 단연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배현진 의원에게 직접 반응을 물었다. 배 의원은 "라면받침으로 쓰지, 왜 들고 나갔냐고 하시더라"고 웃으면서도 "읽어는 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 의원은 "트위터로 스스로를 공격하는 말씀을 수 년에 걸쳐 하셔서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어떤 자충수를 두셨고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에 어떤 총부리를 겨눴는지 확인해봐야 정권교체로 향하는 길에서 중요한 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배 의원은 집권 세력의 위선·내로남불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보수정권 시절 마치 언론자유의 투사인양 행세하던 무리들은 득세하자 방송장악에 나섰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적폐로 몰아 조명창고에 가두는 등 손바닥 뒤집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이에 관해 묻자 배현진 의원은 "(위선·내로남불 행태의) 피해자가 맞다. 고통스러웠다. 인간의 금도를 넘어서는 행동들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행했는데, 내가 말씀을 다 드리지는 않겠다"면서도 "굵은 소금을 뿌린다든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어떻게 인간으로서 그럴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는 말씀들이 많으셨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내 선택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후회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이러한 폭력의 소용돌이가 언론사 내의 일부 영혼을 판 언론인들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정권 전체의 정신이 되고 있다"며 "조국 장관도 마찬가지이지만 배웠다는 분들이 어느 시점부터 양심을 형성하는 지식의 축적이 잘못된 것 같다. 지식의 체계 위에 윤리성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폭력을 저질러도 선이라는 합리화만 잘되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집권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위선적 행태의 최대 피해자인데도 이 점이 잘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배 의원 본인이 의정활동 중에 굳이 쟁점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했던 '인간의 금도'를 넘어선 적폐몰이에 대해 기자회견 한 번 한 적 없다. 상임위도 방송을 관할하는 과방위가 아닌 문광위를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배현진 의원은 자신이 피해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피해를 본 게 본인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줌에 불과한 정권의 '내편' 외에는 5000만 국민 모두가 현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복수를 펼치기 위해서 방송을 관장하는 상임위에 가서 뭘하지 않겠느냐 생각한 분들이 많으셨을텐데, 나는 송파을 주민들이 뽑아준 국민의 일꾼"이라며 "징징 대지 않고 냉정하고 싶었다. 내 스스로 겪은 일을 피력하기보다는 국민들도 함께 겪고 계시니 국민들의 피해에 집중해서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엄혹했던 2018년 당에 영입, 재보선 투입
"다들 미쳤냐고들 했지만…이 악물고 버텼다
당원과 어깨동무 2년,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지난해 총선에서 '거함' 최재성 격침으로 설욕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배현진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2018년 3월 배 의원은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에 전격 영입됐다.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바로 그해 6·13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투입됐다. 송파을은 2016년 총선 당시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의 공천 갈등 속에서 후보를 공천조차 못해 조직이 무너진 곳이었다.


배현진 의원은 "다들 미쳤냐고들 하셨다. '그만해라' '네가 너무 상처받는다' '송파구민들이 포털에 마녀처럼 도배되는 너를 왜 뽑아주겠느냐' 선배들께서 진짜 많이 말렸다"면서도 "언론사에서 10년을 일했다. 바보가 아니니까 그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재선거에서 배 의원은 29.6%를 득표, 친문 실세인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에게 패하긴 했으나 정치입문 직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 특히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후보도 출마해 15.3%를 득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정치적 여건 속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배 의원의 선전은 지역의 당원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 의원은 "2018년도에 낙선하던 그날, 선거사무실에 앉아있던 당원들이 내 눈과 마주치면 다들 펑펑 우셨다"며 "당협위원장으로 처음 왔을 때 정치를 아무 것도 모르는 곱상한 젊은 여자에게 뭘 믿고 선거를 맡기느냐던 분들께서 나를 위로하면서 펑펑 울어주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원들께서도 눈물을 쏟으셨다는 것은 선거 과정을 통해 기대를 거셨고 희망을 가지게 되셨다는 방증이 아니냐"며 "반드시 이를 악물고 버텨서 보답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후 2년간 여러 어려움이 닥쳤지만 배 의원과 당원들은 어깨 걸고 함께 나아갔다. 배 의원은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지 멍한 생각에 빠질 때도 있었다.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면서도 "당원들께서 나를 불러내서 밖으로 다니면서 주민들 만나게 하시고, 같이 어깨동무하며 2년을 지냈다. 앞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당원들께 보답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배 의원은 여당의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거함' 최재성 후보를 격침하고 등원에 성공했다. 이해 하반기 당무감사 결과 초선 의원 중 1위, 전체 2위에 오를 정도로 당원들과 동고동락했던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배 의원은 이겼지만 당은 총선에서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개표상황실에서도 웃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배 의원은 회상했다.


"2018년 재선거에는 죽기 위해 출마했었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다함께 살기 위해' 도전 결심
'3당 지략' 복당·합당·입당 반드시 성사하고
감칠나고 근사하게 대선 경선 무대 만들겠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배현진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21대 국회 첫 원내지도부에서 원내대변인을 맡았지만 설움은 엄청났다. 거대 여당은 공수처법 재개정안과 부동산 3법 등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그러면서도 배 의원은 'LH 사태'가 터졌을 때, 소수 야당이라 할지라도 당당함을 내세우면 180석 집권여당의 독선을 누를 수 있겠다고 확신하는 순간을 봤다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은 "(LH 사태 당시) 김태년 원내대표가 우리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난데없이 의원 전수조사를 하자더라. '부자는 국민의힘에 더 많을텐데 적당히 하라'는 것이었다"며 "원내대변인으로 배석해 있으면서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의원 단톡방에 '우리 당이 먼저 전수조사를 받자'고 제안해서 102명 의원 전체의 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우리는 서명부가 있으니 당신들도 가져오라' 하니까 말꼬리를 돌리며 회피하더라"며 "떳떳함·당당함이 국민 앞에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정치입문 이래로 직함이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이 요청하는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이런 배 의원이 6·11 전당대회 출마를 결단한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결심의 배경을 묻자 배현진 의원은 "2018년도에 죽기 위해 나왔다면, 올해 최고위원은 다함께 살자고 나왔다"며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조국의 시간'을 예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망국의 시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유며 공정이라는 말을 다시는 얘기하지 못하는 순간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3당 지략'이라 명명한 복당·합당·입당을 성사해 범야권의 대권주자들을 당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 뒤,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흥행하는 대선후보 경선을 만드는데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지도부 내에서 모두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배 의원은 "여당에 비해서 우리가 정권교체를 앞두고 가진 장점이 뭔지를 생각해보면 민주당에는 후보군이 몇 명 없지만 우리 당은 풀이 넓다"며 "다양한 분들을 한 무대로 끌어와서 이분들을 모두 돋보이는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복당·합당·입당, 3당 지략이라 이름 붙였다"며 "입당은 우리 당이 아니었던 외부에 있는 분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복당과 합당은 국민들께 약속한 부분이 있으니, 조속히 진행해서 인재 풀을 우리의 펜스 안으로 모셔오는 게 중요하겠다"고 짚었다.


아울러 "나는 무대를 경험했고 무대를 어떻게 감칠나게, 근사하게 만드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며 "그 노하우를 쏟아서 여러 스타플레이어들을 국민의 스타로 만드는 대선후보 경선 무대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상대가 휘두른 검날, 부여잡고서 견뎌냈던 나
검이 되고, 교활한 꼼수 간파할 방패가 되겠다
당원의 지난 4년 사진첩 곳곳에 배현진이 있다
누구보다 당원과 함께 했던 배현진 찍어달라"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배현진 의원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윤석열 파일'을 공공연히 거론한 정국이다. 앞서의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네거티브 공세에 떨어져나갔고, 홍준표·안철수 후보도 네거티브와 프레임 공세로 큰 타격을 입었다. 대선후보의 네거티브 대응이 중요한 상황에서, 배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자 스스로 네거티브 피해를 겪어본 입장에서 검이 되고 방패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배현진 의원은 "대권주자도 아니면서 이렇게 극심한 검증을 거쳐본 초선 의원이 있겠느냐"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눈물을 참으면서, 나 때문에 슬퍼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지냈던 세월들이 괜한 고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 마타도어를 극심하게 경험했으면서도 견뎌내고 극복한 사람을 뽑으라면 내가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다들 싸울 줄 안다고 말씀하시는데, 싸울 줄 안다는 것이 검을 들고 나가서 소리 지르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검을 휘둘렀을 때 검날을 손으로 부여잡고 이를 꽉 깨물며 참아내고 견뎌내는 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의 멘탈을 잘 잡고, 어떤 교활한 꼼수로 우리 후보를 공격할지 아마 내가 가장 잘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잘 싸우기도 하고 잘 견디기도 하는 내가 검이 되고 방패가 될테니 믿고 맡겨달라"고 자신했다.


최근 4~5년은 보수 진영에 있어 정말로 엄혹했던 시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아무도 보수정당에 영입되려 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영입에 응했던 몇 안되는 인사 중의 한 명이 배현진 의원이다. 배 의원은 보수가 가장 어려웠을 때 당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자신을 압도적인 득표로 밀어주면, 반드시 정권교체로 보은하겠다고 확약했다.


배현진 의원은 "우리 당원들의 지난 4년 간의 기억 속 사진첩 곳곳에 배현진이 있다"며 "계속해서 함께 해오신 당원들이 계셔서 배현진이 의원이 될 수 있었다. 꼭 보답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이기는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한 지도부는 어떤 얼굴이어야 할지 생각해달라. 나는 당원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당원과 함께 했던, 참신하지만 무례하지 않은 후보"라며 "당원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배현진을 고민하지 말고 찍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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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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