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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자급자족 내세우더니…북한 "제재·봉쇄·재해로 어려워"


입력 2021.07.15 00:15 수정 2021.07.15 00:3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식량·전력·의료인프라 부족 인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자력갱생·자급자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내구성을 과시하던 북한이 돌연 국제사회에 경제난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유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북한은 13일(현지시각)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도입된 VNR는 회원국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발표하는 제도다. 북한이 VNR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측 보고서는 박정근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제출됐다. 북한은 해당 보고서에서 "곡물 700만t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18년 생산량은 495만t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식량난을 인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관련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보건 분야 최우선순위 도전과제로 "식수·위생 문제로 인한 사망률 통계 미확인"을 꼽으며 "의료인력, 제약기술 기반, 의료장비와 필수의약품이 부족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백신 물량의 대부분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비는 국제사회 차원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담당하는 단체로 북한 당국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북한은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부족에 대해서도 자인했다. 무엇보다 "에너지 현안 해결이 최우선 순위"라며 "전체 전력 생산량과 1인당 전력 생산량 모두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북한은 보고서를 통해 "제재 및 봉쇄, 자연재해 및 보건위기가 지속되는 것이 경제성장의 도전 요소"라며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 인구를 대상으로 무상주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사회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사례로 △이상고온 △태풍 △황사 △홍수 △고온 △우박 등을 언급하며 "반복적 재해로 식량생산 감소, 농업 인프라 파괴 등 부정적 영향에 노출됐다. 인프라 현대화가 주요 도전 과제이며 낙후된 철도와 도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파트너십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선 "독립, 평화, 우정의 기치 아래 북한과 우호적인 모든 나라와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남협력(개도국 간 국제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재와 봉쇄, 적대시 정책으로 주권과 개발권이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자유로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북한은 지난해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 '삼중고'로 경제 분야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가 변동 폭이 커져 주민 동요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 이후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앞세워 내부 결속에 집중해왔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영향으로 전 세계가 확산세가 가라앉던 올봄에는 북중 국경을 개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다시 움츠러든 모양새다.


무엇보다 북한이 최근 자력갱생·자급자족 기조를 누그러뜨리는 듯한 뉘앙스를 잇따라 풍기고 있어 향후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북한은 외무성 산하 연구원 개인 명의로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북한이 기존처럼 '외부지원 거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인도적 지원의 정치적 악용 문제를 걸고넘어진 것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연초부터 꾸준히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해온 바 있어 중국·러시아 등의 지원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거란 전망도 나온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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