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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ESS 설비 구축에 1000조원 이상 소요 불가피"


입력 2021.08.25 07:01 수정 2021.08.25 10:1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탄중위 3안 토대로 시나리오 분석

"태양광, 발전·저장비용 함께 고려해야"

한국전력이 경북 경산에서 운영 중인 주파수조정용 ESS 설비. 한전은 이곳에 PCS 48MW, 배터리 12MWh 용량의 ESS를 설치했다. ⓒ한국전력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3안대로 흘러가면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태양광시스템이 발전설비로서 제 구실을 하려면 발전비용뿐만 아니라 저장비용을 함께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소중립 시나리오 넷제로안 대로라면 내일 날씨가 흐릴 것을 대비해 ESS에 1.5일치 전력을 저장할 경우 무려 3471GWh 용량이 필요하다"며 "1GWh ESS 설비 구축에 대략 4000억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1.5일치 전기를 저장을 위한 태양광 ESS 설비 구축에 1389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서 발전비중은 원자력 10%, 풍력 15%, 기타 30%, 태양광 49.4%이다. 이때 태양광 발전량 중 56.1%는 ESS에 저장되며 나머지는 전력망으로 직접 공급된다. 이는 ESS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예시한 것이다. 만약 한 주 내내 비를 뿌리는 장마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큰 ESS 설비용량이 필요하다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앞선 시나리오에서 전체 전력 중 태양광 직접 전력 공급 비중은 21.6%, ESS를 통해 공급되는 전력 비중은 23.4%가 된다. 주한규 교수는 "ESS 용량에서 PCS 용량은 140GW의 120%인 169GW, ESS 충전률 80% 적용 시 저장용량은 1157GWh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태양광 발전량의 0.5일치 저장에 필요한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흐릴 것을 대비해 1.5일치를 저장한다면 3471GWh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아가 주 교수는 "2025년 기준 예상 ESS 운용비용이 kWh당 175원 가량 되므로 발전량의 50%를 저장해야 한다면 1kWh당 88원이 태양광 발전비용에 추가돼야 한다"며 "태양광이 ESS와 짝을 이뤄 정상적인 발전원으로 작동하려면 최소한 이만큼의 저장비용이 더 든다는 말"이라고 했다.


2025년 기준 ESS 운용비용으로 kWh당 175원이 도출되는계산법. ⓒ주 교수 페이스북

그는 이어 "반면 원자력을 40%로 늘이고 태양광을 30%대로 줄이면 태양광 저장 수요가 57% 선으로 줄어든다"며 "하지만 발전량 중 53.6%는 여전히 저쟝해야 하므로 아직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때 PCS 용량은 100GW, ESS 용량은 661GWh으로 계산된다.


태양광 잉여 전력을 ESS 대신 수소 전기 분해에 사용해 수소발전을 한다면 비용이 더 든다. 주 교수는 현재 1kg 수소 생산에 전력이 50kWh 드는데 1kg로 발전하게 된다면 20kWh밖에 안 나와 효율이 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잦았던 ESS 화재 사고도 ESS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한규 교수는 "다른 나라는 전력망이 크고 연결이 돼있어서 아직 ESS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지난 수년간 세계 ESS 확충의 1/3 가량을 우리나라가 담당해왔다"며 "그러나 2018년 ESS 화재 문제로 한국의 2019년 신설량이 감소하자 세계 ESS 설치량도 감소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ESS 기술 개발이 더딘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계 ESS 확충 추이. ⓒ주한규 교수

실제로 ESS 화재 사고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5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30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명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 역시 '충전률을 낮춰 사용하라'는 안전수칙을 내는 게 전부였다.


ESS 화재 사고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축소되며 국내 사업자들도 ESS를 외면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ESS 신규 설치 건수는 2016년 62건, 2017년 267건, 2018년 985건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다가 ESS 화재 이후 2019년 472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지난해에도 582건에 그쳤다. 태양광과 ESS를 병행 구축하겠다는 정부 에너지 수급 계획이 안갯속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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