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예선서 손흥민과 황의조 등 믿었던 유럽파 부진
두 차례나 컨디션 좋다고 자신했던 벤투 의중 ‘오리무중’
선수들 몸 상태 파악 제대로 안된 것이라면 큰 문제점
축구국가대표팀이 9월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2차전서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기대를 걸었던 유럽파의 부진이 한몫했다.
특히 공격진에서 기대를 걸었던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의 부진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늘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던 두 선수였기 때문에 예상 밖 부진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부진의 원인은 분명했다. 두 선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편 축소로 이라크전이 열리기 이틀 전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곧바로 이라크전에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경기 내내 몸놀림은 무거웠다.
이로 인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잇따른 발언은 의구심을 낳기 충분했다.
벤투 감독은 이라크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서 “선수들 컨디션은 모두 좋은 상태”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손흥민과 황의조의 경기력은 분명 기대 이하였다.
손흥민의 경우 “솔직히 이틀 전에 와서 잠을 잘 자고 경기를 치를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몸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말했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을 앞두고도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레바논전에서 황의조는 45분 이상 출전할 수 없는 몸 상태였고, 손흥민은 지난 토요일부터 우측 종아리에 불편감을 느끼고 있었다.
벤투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혹은 의무 팀 등 코칭스태프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알고도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면 소위 말해 ‘트릭’을 쓴 것이다.
레바논전의 경우 상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흥민과 황의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에 공격 스리톱 라인을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상대 허를 찔렀다.
한국 축구는 ‘트릭’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술을 들고 나온 뒤 이른바 ‘트릭’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벤투 감독의 ‘트릭’이라고 믿고 싶다. 감독이 선수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면 심각한 사안이고, 나름 ‘트릭’을 쓴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정확한 답은 벤투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