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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간질' 본격화?…김정은, 연락선 복원 시사하며 미국에 선 긋기


입력 2021.09.30 08:47 수정 2021.09.30 08:4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시사하며

"남조선 당국 태도여하에 달려"

미국 제안 '조건없는 대화'엔

거부 의사 분명히 밝혀

3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가졌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락통신선 복원 의사를 밝히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지만, 미국에 대해선 거듭 선을 그었다. 미국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조건 없는 대화'를 거부하며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3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을 했다고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닌 김 위원장은 첫날 회의에 불참했지만,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2일차 회의에 참석해 대외관계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내부 법령 등을 정비하는 우리의 국회 격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경색되어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초부터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를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계속 미국에 추종하여 국제공조만을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 데만 급급하다"며 "북남관계 악화의 원인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방치했으며 아무러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남관계는 현 냉각관계를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가 아니면 대결의 악순환 속에 계속 분열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가능성을 피력하면서도 전제조건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종전을 선언하기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며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이중기준 철회'를 토대로 대남·대미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중기준 철회란 북한의 신무기 시험을 '도발'로 규정하지 말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당한 군사활동'로 인정해달라는 뜻이다.


3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가졌다.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미국이 줄곧 촉구하고 있는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지난 6월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이다.


그는 "오늘 세계가 직면한 엄중한 위기와 도전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다.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 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 변화의 주요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로운 미 행정부(바이든 행정부)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시정연설에서 "국가방위력 강화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 권리"라고 강조한 만큼, 북미 교착이 지속될 경우 신무기 개발 및 시험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 태도여하에 향후 남북관계 개선 여부가 달려있다'고 밝혀 대북성과를 기대하는 문재인 정부에 손을 내밀며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펴기로 한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는 "미국과 남조선의 강도적 논리에 맞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런 위험한 흐름을 억제할 우리의 부동한 입장을 철두철미 견지하며 필요한 모든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가졌다. ⓒ조선중앙통신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통해 올해 초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수립한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강조하며 사상전 필요성을 거듭 상기시켰다.


그는 "총체적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는 부단히 강화되는 주체적 역량에 의거하여 더욱더 새로운 활력을 가지고 자기의 발전궤도를 따라 줄기차게 전진하고 있음을 당당히 자부할 수 있다"며 "공화국 정부가 일관하게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요한 과업은 우리식 사회주의의 정치사상적 위력을 강화하는 데 계속 큰 힘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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