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플랫폼 규제와 함께 정부 지원 뒤따라야
대형마트업계, 또 다시 미래성장동력 잃을 수 있어 불안
향후 동네슈퍼에서도 온라인 주문 배송은 물론 퀵커머스(즉시배송)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당이 중소유통업체의 온라인화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법률안 제정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이 사업을 확대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중소유통업 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중소유통 혁신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유통업의 스마트화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매년 혁신촉진 시행계획을 세우고 온라인 플랫폼과 풀필먼트 구축을 행정적·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퀵커머스의 취급 상품들이 기존 슈퍼마켓과 대부분 겹쳐 골목상권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거대 자본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치고 들어온다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골목상권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찾는 근거리 쇼핑 수요가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상품을 문 앞까지 직접 배송하는 퀵커머스보단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동네슈퍼는 2019년 기준 전국에 총 4만8468개가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 소매업체를 집계한 수치다.
동네슈퍼 수는 2017년 5만8400개에서 2019년 4만8468개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도 11조원에서 9조8300억원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그 이유로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을 꼽았다. 네이버와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데다 이마트, GS리테일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온라인 사업을 키우면서 디지털화가 늦은 동네슈퍼들이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네슈퍼업계는 디지털 역량 강화와 퀵커머스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매출 상승도 동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대거 늘면서 정부 차원에서 중소상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지원사업을 시작했지만, 식당이나 제조사들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며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도소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은 지역 기반의 퀵커머스와 결합이 돼야 하는데,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곳이 동네 수퍼마켓”이라며 “이제는 비대면 거래를 거부할 수 없는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대기업 플랫폼 규제와 함께 중소상인들도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들과 거래량을 늘려가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움직임에 대형유통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동네수퍼마켓과 반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들어 이들 업체가 진출해 있는 퀵커머스 서비스의 현황과 골목상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내년 상반기 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최근 오프라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잇따라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했으나 또 다시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가 본격화 될 경우 유통기업뿐 아니라 물류·플랫폼기업까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퀵커머스 사업의 확장은 단순 ‘골목 상권 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먹거리 확보차원에서 필연적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오프라인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오랫동안 오프라인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대규모 점포에 대한 영업 제한 등 규제를 집중했다. 이에 폐점이 대거 늘면서 신규 먹거리가 절실해졌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한 의무휴무제 역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전히 헛걸음치는 소비자가 많은 데다, 모바일 쇼핑과 새벽배송 등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한 번 이탈한 고객이 돌아오지 않아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골목상권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기업은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며 “퀵커머스는 대형마트의 미래성장동력이기도 하고 고객 편의에 있어서도 안 할 수 없는 부분인데 과거의 유통산업발전법처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반복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가 동네수퍼마켓을 지원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보고 있지만, 한쪽을 눌러 한쪽을 키운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현재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기업과 소상공인 할 것 없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