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생존하는 내용의 서바이벌에 몰두 중이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눈을 높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도, 독보적인 차별화로 의미를 남기지도 못한 채 헤매고 있다.
MBC는 올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서바이벌을 접목하는 이색적인 도전을 했다. 노래, 춤, 무대 매너, 끼 등 가수의 덕목을 평가하는 기존 아이돌 오디션에서 벗어나, 야생에서 그들의 생존력을 함께 평가한다는 의도였다. 참가자들은 달리기부터 다양한 체력 테스트를 거치는가 하면, 흙먼지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배신, 거짓, 음모 등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하고 처절한 생존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저택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하며 주어진 규칙 안에서 각종 챌린지들을 수행하고 있다. MBC는 두 프로그램 외에,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10인이 고립된 무인도에 모여 생존하며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 서바이벌 예능 ‘문명’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더욱 극대화된 긴장감을 불어넣고, ‘날것’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서바이벌 장르지만, MBC의 경우 지금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돌 지망생들의 체력을 강조하며 극기훈련에 가까운 모습들을 담아냈던 ‘야생돌’은 결국 그들이 야생에서 분투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한 모양새다. 초반 2%대였던 시청률은 곧 1%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제성 높은 출연자도 배출하지 못한 채 고전 중이다.
‘피의 게임’ 또한 1%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유사한 포맷 ‘머니게임’으로 유튜브에서 큰 성공을 거둔 크리에이터 진용진을 기획자로 섭외하는가 하면, 게임을 해설하는 MC들을 섭외해 이해도를 높였다. 저택이 아닌 지하층이 존재했다는 반전을 선사하며 퀄리티를 높이려 했지만, 결국 이보다 독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머니게임’만큼의 화제성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SBS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밀리터리 서바이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더솔져스’를 선보였지만, ‘강철부대’와의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멘토단을 출연시키며 차별화를 두려고는 했지만 참가자들의 미션 수행 과정에서 ‘강철부대’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첫회부터 설명은 걷어낸 채 곧장 강도 높은 미션에 돌입하며 흥미를 자아낸 부분도 있다. 다만 외줄 오르기에 도전하던 참가자가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며 우려를 자아냈다. ‘강철부대’와의 차별점으로 ‘강도 높은 미션’을 꼽았던 ‘더솔져스’인 만큼,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을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으로 타개하고자 한 KBS2 ‘개승자’도 애매한 전개로 호불호를 불렀다. 참가자들은 탈락 제도를 두고 ‘잔인한 제도’라고 표현했으나, 정작 첫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참가 이유와 준비 과정 등을 담느라 서바이벌의 묘미를 보여주지 못했었다.
이어진 2회에서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결국 코너 자체의 재미에 따라 엇갈렸다. 코너 별로 재미의 편차가 커 결과를 지켜보는 긴장감은 만들어지지 못했고, 결국 개그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포맷이 아닌, 코너의 완성도와 퀄리티라는 것을 보여주게 됐다.
지상파 3사가 모두 흥미 유발을 위해 ‘서바이벌’ 장르를 새 카드로 내밀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미 유튜브의 ‘머니게임’과 ‘가짜사나이’ 혹은 카카오TV의 ‘파이트클럽’ 등 독하고, 진짜 날것의 그림을 담아내는 거친 생존 예능들을 접한 시청자들이다. 단순히 서바이벌 장르를 차용한 것만으로는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특별한 매력 없이 그저 서바이벌 방식을 형식적으로 도입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결국 방송가의 ‘인기 포맷 따라 하기’의 또 다른 나쁜 사례로만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