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디저트는 생각보다 씁쓸하지 않다"
2019년 기준, 성인의 1년 독서량은 6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2달에 겨우 1권을 읽는 셈입니다. 이에 스타들이 직접 북큐레이터가 되어 책을 추천하고, 대중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나섭니다. 큐레이션 서점을 보면, 보통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타의 책’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큐레이션 속에 묻어나는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오늘의 큐레이터 캡틴락(한경록, 크라잉넛)
◆오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 어크로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김영민 서울대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56편의 에세이로 엮어냈다. 저자는 이 책을 가리켜 과거의 사람들을 추억하고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 하며 새로운 만남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독자 역시 이 책을 통과하는 동안만큼은 불안하던 삶이 견고해지기를, 독서가 삶의 작은 기반이나마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불문율을 깨뜨리고, 비판적 인식을 공유하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자기 자신이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기회를 전해준다.
◆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추천하냐면
“웃음과 여유가 필요한 시대다. 삶이 고단하고, 시간이 F-1 레이싱카처럼 날아다니고,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이 밀려올 때 가장 강력한 극약처방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 죽자’는 말이 아니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3일 뒤에 죽게 된다면 그토록 심각한 문제들도 먼지처럼 별것 아닌 문제가 될 것이고,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도 우스워질 것이고, 덧없는 욕망들도 어린애 장난 같이 느껴질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는 것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 ‘카르페 디엠’(Carpe diem, 순간을 즐겨라)과 빛과 그림자처럼 맞닿아 있다. 순간을 적분하여 쌓아 가면 그 끝에 죽음이 있을 것이다. 죽음의 반대말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저자 김영민 교수는 기력보충용 쓰디쓴 한약 같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당충전 유기농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일단 재미있다. 어떤 페이지를 넘겨도 재미있다. 유머와 위트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있는 듯하다. 농담이다. 웃음은 죽음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 철학, 문학, 디저트, 영화 리뷰 등 다양한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서 이 책 한 권으로 꽤나 지적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이라는 디저트는 생각보다 씁쓸하지 않다.”
◆오늘의 밑줄
“프롤로그부터 ‘죽음’에 관한 인용문들이 좋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옛 현인들의 목소리를 빌려 말한다.”
장자도, 몽테뉴도, 세네카도, 루크레티우스도 입을 모아 말했다. 살아있지 않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태어나기 이전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고. (p.5)
소소한 근심에 인생을 소진하는 것은, 행성이 충돌하는데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p.6)
삶이 곧 죽음이라면, 그리하여 이미 죽어 있다면, 여생은 그저 덤이다. (p.7)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했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 지는 것을 느꼈다. (p.8)
“두려움의 근원이자, 피하고 싶은 주제 ‘죽음’에 대해 담담하고 유머 있게, 하지만 허무하지 않게 써 내려가서 좋았다. 삶은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많아야 좋은 삶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 헤이안 시대의 사카노 우에노 고레 노리의 노래를 들려준다.”
단풍잎이 떨어져 물에 흐르지 않았다면 타츠타 강물의 가을을 그 누가 알 수 있었을까. (p.8)
◆캡틴락의 한줄 평
“개인적으로 화장실 갈 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