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30조 육박…올해만 8조원↑
수익률 개선 기대감에 매입 확대
국내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국공채 자산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를 다시 끌어올리자, 수익률 개선 기대감에 관련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당분간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안전 자산을 확보하며 투자 효율까지 모두 잡으려는 생명보험업계의 국공채 매입에는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의 국공채 자산은 지난 8월 말 기준 총 328조368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보면 8조2218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생보사들의 국공채 자산 보유량은 역대 최대치다. 생보업계의 관련 자산은 지난해 말 320조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초 315조원까지 축소됐다. 그러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회복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3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생생명의 국공채 자산이 108조856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한화생명이 36조5560억원, 신한라이프생명이 34조5311억원, 교보생명이 30조9927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NH농협생명(27조5159억원)과 푸르덴셜생명(14조6884억원), 동양생명(10조7049억원), AIA생명(10조1377억원) 등의 국공채 보유량이 10조원 이상이었다.
보험업계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운용해 향후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투자의 안정성이 중요해서다. 이런 수요를 충족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상쇄할 만한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가 바로 채권이다.
특히 생보업계는 손해보험사보다 채권 투자의 비중이 크다. 생보 상품의 포트폴리오에는 만기가 수십년씩 되는 장기보험이 많아서다. 그 만큼 장기적인 자산운용에 유리한 채권의 선호도가 클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 균열에 자산운용 모드 전환
그럼에도 생보업계가 올해 초반 채권 투자를 축소했던 배경에는 지나치게 낮아진 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계기로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춘 이후 제로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지나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정성만 보고 투자를 계속 늘리기엔 감내해야 할 수익률이 너무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생보사들은 기준금리 조정이 기정사실화됐던 지난 7월부터 국공채 자산 확대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8월부터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존 0.50%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올렸다. 한은 기준금리가 조정된 건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내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이번 달에 1%까지 기준금리를 상향한 뒤, 내년에도 최소 두 번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내년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보험사도 채권 투자를 둘러싼 수익률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