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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텔레그램은 적용 어려운 'n번방 방지법'…사전검열 논란 가열


입력 2021.12.14 05:53 수정 2021.12.13 22:4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n번방 방지법 10일 시행…카카오톡·네이버 사전검열 우려 확산

온라인 커뮤니티 "고양이 사진도 검열 대상인가"…정치권 공방으로 확산

법조계 "입법 목적 동의하지만 기본권 침해 최소화 노력 부족…표현의 자유 위축"

"기술이 완전하게 개발되는 과정서 생긴 과도기적 문제…법으로서 권리 제한도 필요"

사이버 범죄 관련 이미지.(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성범죄 유통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놓고 정치권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실상 사전검열이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n번방'의 성착취물 제작·유통의 대표적인 현장이었던 '텔레그램'이 법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은 치명적인 한계로 꼽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개인의 사생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부터 불법촬영물 확산을 막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10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는 모두 불법 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포털,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를 비롯해 구글·메타(옛 페이스북)·트위터 등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도 일단, 법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카카오톡 등 플랫폼 기업이 정부가 개발한 불법 촬영물 확인 기술(필터링)을 전면 적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전 검열' 논란이 번졌다. 기업 측은 이용자가 올리려는 콘텐츠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공한 불법촬영물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후 게시를 허락하고 있는데, 기술적 불완전성 탓에 엉뚱한 콘텐츠가 필터링 대상으로 선정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고양이나 휴대폰 게임 사진도 검열 대상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전검열 논란은 즉각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이겠나. 범죄도 차단하고 통신 비밀 침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법 재개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여야 합의로 개정안이 통과된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논란 속에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13일 'n번방 방지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가세연 측은 "대표적인 통신매체에서조차 영상의 사전 검열이 시작됐다"며 해당 법안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 정보 관리통제권, 알권리,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n번방 방지법의 입법 목적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n번방 같은 디지털 성폭력을 방지하려는 목적 자체는 중요하지만 수단이 적절하지 않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기본권 침해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며 "의도치 않은 이용자들까지 검열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연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개정안은 정부가 기업에게 불법촬영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보를 감시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기업이 '사적 검열'을 행하도록 구조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기업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보수적으로 검열하게 되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줄어들면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작 'n번방'의 성착취물 제작·유통 현장이었던 '텔레그램'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은 치명적인 한계로 꼽힌다. 최 변호사는 "해외 인터넷 사용자도 법 적용을 받지만 과연 해외 법인인 텔레그램이 국내 의무를 적극 받아들이고 지킬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전 검열' 논란은 기술이 완전하게 개발되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문제이고,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때는 법으로서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 변호사는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화된 필터링 기술이 불법착취물을 선별하는 것은 검열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런 기준이면 유튜브 자체 필터링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가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터링 기술이 정확해지면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어 "고양이 사진이 필터링 되는 게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는 경우 한 사람의 삶을 앗아갈 정도로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라며 "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는 법으로서 권리 제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해외 법인은 적용 못하면서 국내 법인에만 스크리닝을 강요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위법 행위에 평등은 없다"며 "디지털 성폭력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피해가 큰 사안인 만큼 위법 행위를 줄여나가야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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