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한 학교에 각자가 생각하는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학교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성 정체성 포용적 화장실'을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시카고트리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교육청(CPS)은 최근 관할 교육청 산하 초·중·고등학교에 남성용·여성용으로 나뉘어 있던 학내 화장실을 '남학생 플러스'(Boys+)와 '여학생 플러스'(Girls+)로 재구분했다.
이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화장실을 선택해 들어갈 수 있다.
CPS는 "교내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학생+'에는 칸막이 있는 변기와 소변기가 모두 설치돼있고 '여학생+'에는 소변기가 없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성별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적' 1인용 화장실을 각 학교에 증설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성중립적 화장실' 설치가 각 학교장 재량에 맡겨졌으나, 앞으로는 모든 학교에 '포용적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CPS는 "'2019년 청소년 위험 행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내 학생의 약 23%가 성소수자로 식별되며, 이들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정책 개발에 학생들을 계속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들에게도 "트랜스젠더 학생 10명 중 4명이 안전하지 않거나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학교에서 화장실을 피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현지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성 정체성 포용적 화장실' 도입 철회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와 3,000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스티븐 불튼은 "이제 남학생도 마음대로 여학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저학년 여학생 혼자 있는 화장실에 고학년 남학생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성 정체성 포용적 화장실' 도입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도 있다.
현지에서 성건강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데릭 리틀은 "우리는 학생들이 경험한 피해를 해결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 책임이 있다"며 "폭력이나 괴롭힘의 위협 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인권이지 특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