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생보·저축은행 대표 교체
1961년생 동갑 부회장 3인 눈길
KB금융그룹이 50대 사장단을 전면배치하는 계열사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기존에 계열사 사장을 거친 동갑내기 3인방을 그룹 부회장에 앉히며 향후 회장 승계 구도도 함께 윤곽을 드러냈다. KB국민은행 인사로부터 시작된 세대교체 바람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KB금융은 1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추천된 후보는 이번 달 중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대추위는 KB국민카드과 KB생명보험, KB저축은행에 대해 신임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는 기존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KB국민카드의 신임 대표로는 이창권 KB금융 CSO·CGSO가 내정됐다. 이동철 현 국민카드 대표는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KB생명보험에는 이환주 KB금융 CFO가, KB저축은행에는 허상철 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대표가 차기 대표로 추천됐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이창권·허상철 내정자는 1965년생이고, 이환주 내정자는 1964년생이다. 50대 사장들을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임명해 향후 리더 그룹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앞선 국민은행장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KB금융 대추위는 이번 달 1일 이재근 영업그룹대표 이사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발탁했다.
1966년생인 이재근 내정자는 허인 현 행장보다 나이가 다섯 살 적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5대 은행 최고경영자 가운데서도 가장 젊다.
다만, 이재근 내정자는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출근길에서 자신에 대한 인사가 KB금융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에 대해 "나이가 젊다고 저를 내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차기 회장 구도 '선의의 경쟁'
KB금융은 계열사 사장 인사와 동시에 지주 부회장 트로이카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이 지난해 말 부회장 직을 부활시킨데 이어 이번에 3인 부회장 구도를 완성하면서 사실상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이다.
KB금융은 국민카드에 새 대표를 내정하면서 기존 대표였던 이동철 사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앞서 차기 국민은행장에 이재근 이사부행장을 추천하면서 허인 현 행장의 지주 부회장 승진을 발표했다. KB손해보험 대표에서 물러나 홀로 지주 부회장 직을 지키고 있던 양종희 부회장까지 3인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1961년생 동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계열사 사장단과 더불어 세대교체의 또 다른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이다.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KB금융 대추위 관계자는 "리딩 금융그룹으로의 확고한 위상 구축을 위한 역동적인 차세대 리더 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