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재명 형수 욕설'에 '패륜 댓글' 네티즌 수사 의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22.01.08 05:56 수정 2022.01.08 14:04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선관위, 후보비방·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네티즌 경찰수사 의뢰…관할 경찰서 배당

법조계 "공공연한 사실 적시해도 비방죄 해당 선거법 문제…네티즌 다수 수사 대상"

"시민들이 공직 후보자 평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선관위 수사의뢰 해도 혐의 없어 보여"

선관위 "선거법 251조 조항에 따라 조치한 것…조사내용 공개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 ‘더 앞으로, 더 제대로 서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형수 욕설' 녹음 파일 및 여배우 불륜설 의혹 등에 부정적 댓글을 쓴 네티즌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세간에 알려진 내용을 가지고 쓴 공직 후보자 댓글까지 수사 의뢰로 직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네티즌 다수가 수사 의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10일 해당 네티즌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청은 이 사건을 A씨 거주지 관할 경찰서로 배당했고, 경찰은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이 후보 관련 인터넷 기사에 "이 후보가 형수에게 패륜을 저질렀다", "여배우와 불륜 행위를 했다" "오리발을 내뻗는다" 등의 댓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댓글이 이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만약 사실에 근거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선거법상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을 갖고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혐의 적용이 가능토록 한 현행 선거법에 문제가 있으며, 해당 기준대로라면 네티즌 다수가 수사 의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비판적인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고소된 것이 아니라 허위 사실을 전파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본다면 수사 의뢰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음해의 목적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한 표현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어 "현재 기준대로라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수사 의뢰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지는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가 있는 사안인데, 허위로 조작한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표현이라면 선관위가 막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선거에서 중요한 국민들의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형법에는 공인에 대한 발언은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해 명예훼손죄가 웬만해선 적용이 안 되는데,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이 아닌 공공연한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비방할 경우 비방죄에 들어가도록 돼 있어 문제"라면서 "선관위가 이런 기준으로 수사 의뢰를 하면 네티즌 다수가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공인에 대한 비난성 발언까지 모두 수사 의뢰 대상이 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변호사(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는 "선관위가 형수 욕설 녹음 파일 원본을 그대로 유포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상 비방죄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이 파일 내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죄가 될 리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수사를 의뢰한 선관위의 기준대로라면 선거에 출마한 공인을 아예 비난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아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기사를 보고 공직 후보자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선관위가 이를 문제 삼으면 특정 당에 과잉 충성한다는 오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 후보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미 언론에 보도돼 대중이 다 아는 사실을 인용해 패륜 행위를 저질렀다고 표현한 것만으로는 선관위가 수사 의뢰를 할 수 있어도 혐의는 없어 보인다"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게시물의 정도나 행위의 정도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관위에서 공인에 대한 댓글까지 모두 수사 의뢰를 하면 '인터넷에 정치 관련 댓글을 쓰다 자칫 잘못하면 나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겠구나' 등의 생각이 들게 하고, 자기검열을 하게끔 만든다"며 "이 과정에서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는 "허위사실 공표 및 비방 혐의가 있는 자를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한 사실은 맞지만 적용한 이유나 구체적인 댓글 내용 등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려워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거법 제 251조 조항에 따라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