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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말하다


입력 2022.02.07 07:58 수정 2022.02.07 08:00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혜경 씨의 갑질은 어쩌고?

인권변호사 부부의 인권 농락

국민 조롱하는 재미에 빠졌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해 방송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경남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날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앞서 고인의 연대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보는 등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묘소에 다가간 이 후보는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리고 약 10초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조선일보가 6일 이같이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3년이 가까워온다. 그 긴 세월이 사자(死者)와의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데도 추스르지 못할 만큼 감정이 북받쳤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일이다. 그런데 기자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 같이 느낀 듯이 썼다. “소리 없이 흐느꼈다”는 표현도 과다 공감으로 읽힌다.

김혜경 씨의 갑질은 어쩌고?

노 전 대통령은 좌파 정치세력의 경배 대상이 되어 있다. 봉하리 묘역은 그들의 의지처다. 그 세계 안에서 행세께나 하는 사람, 더 크게 되려는 사람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이곳을 참배하고 깊은 슬픔을 표한다. 이 후보의 경우, 그 당연한 절차를 따랐는지 아니면 특별한 인연이 달리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남들처럼 그도 거기를 찾아가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젖어 속으로 통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사 표현대로라면 그렇다.


다음 순서는 방명록에 이름 남기기다. 이 후보는 이렇게 썼다.


“함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제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훈을 기어이 실천해 보이겠다는 다짐이다. 기사를 여기까지 읽다 말았다. ‘반칙과 특권 없는’이라니! 그걸 노 전 대통령은 말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이 후보가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조롱을 당한 기분이다. 이분, 언제까지 국민을 조롱하고 모욕하며 살려는 것인가.


자신의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도청 공무원에 대한 갑질 및 법인 카드 오·남용 의혹과 관련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한 것이 지난 2일이었다. 불과 나흘 후에 그는 태연히, 너무도 태연히 좌파 정치세력의 성지(聖地)가 된 노 전 대통령 묘소에서 그렇게 말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자기가 반드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김 씨의 갑질은 10년도 넘게 계속되었을 것이다. 연일 쏟아지는 관련기사로 추측컨대 그렇다. 별정직 5급 공무원 배소현 씨는 이 후보 변호사 사무실의 경리직원이었다. 2010년 이 시장을 따라가서 성남시청 7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때부터 업무는 김 씨 수발로 정해졌던 듯하다. 이 후보가 도지사가 되자 배 씨는 경기도의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특채 됐다. 근무처, 직급이 다 격상됐으니 자신이 부릴 수 있는 하급자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김혜경 씨 시중들기’ 제보를 한 전 경기도 별정직 7급 공무원 A씨가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인권변호사 부부의 인권 농락

이 A 씨의 제보 내용이 지난달 28일 언론에 보도되자 배 씨는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다분하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권력자 밑에서 못된 버릇만 배운 결과다. 물론 민주당도 추임새를 넣었다. 더 다양한 기사가 계속 쏟아져 나왔지만 배 씨는 입을 다물었다. 전 도지사 사모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닷새가 지난 후에야 실토를 했다.


배 씨가 먼저 시인을 했는데 ‘누구도 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 40분쯤 후에 김 씨가 ‘입장문’이라는 것을 냈다.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리지 못하고 친분이 있는 배 씨의 도움을 받았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건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정직하지 못한 말장난으로 자신의 과오를 얼버무리려 했다. ‘명료’하게 가리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가리고 말고 할 생각도 없지 않았는가. 집사 부리듯 했으면서 ‘도움’을 받았다느니 ‘상시 조력’은 아니었다느니 둘러댄 것은 또 얼마나 한심한가.


인권변호사를 자처해 온 이 후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청 공무원을 그렇게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배 씨의 경우야 ‘잘 보이려고’ 그랬다 하고 7급 공무원은 무슨 죄인가. 배 씨는 호가호위하며 A 씨에게 제대로 갑질을 해댔다. 이 후보 부부는 경기도 5급, 7급 공무원이 자신들의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 ‘조력’이 아니라 ‘복무’였다. 그걸 시킨 사람은 김 씨였고, 공무원 두 사람을 부인 도우미로 내 준 사람은 이 후보였다. 아니라고 하겠는가.


시킨 일도 황당하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칼럼이 너무 길어진다. 독자들께 죄송스럽지만 언론 보도를 참고하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시적이고 장기적인 갑질에다 경기도 법인카드의 오·남용(한마디로 하자면 경기도 공금 횡령)이었다. 그 결과를 인권 변호사 부부가 누렸다. 갑질을 생활화한 것이다. 그 횡령의 이익도 전 성남시장, 전 경기도지사 부부가 챙겼다. ‘정의로운’ 사람의 이름으로!

국민 조롱하는 재미에 빠졌나

(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녈 ‘델리민주’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장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타임머신 동영상이 올라왔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삭제됐다. 그 영상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


민주당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배 모 씨의 지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통화를 일일이 녹음하고 대화를 캡처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사모님’의 사적 심부름꾼 노릇이 싫었으면 사직을 할 것이지 왜 붙어 있으면서 녹음 따위를 했느냐는 것이다. 본말전도(本末顚倒)도 유분수지!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부적절한 심부름 관계의 문제로 보인다. 어떻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게 이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심부름 관계의 문제’라니! ‘어떻든’을 앞세운 사과에는 오만이 묻어난다. 이런 의식과 자세로 정권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이 후보 자신은 지난 3일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부인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육성으로 사과할 성의조차 아꼈다. 선대위 성명이 고작이었다. 자신과 부인의 잘못이라면 직원들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일 뿐이라는 투의 말이 곁들여졌다.


이런 사람, 이런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이 만들어질까? 이들은 국민이 그 말을 믿으리라고 여기는 걸까? “공약(公約)이라고 했더니 정말 지키는 줄 알더라”며 국민을 조롱하려는 건 아닐까? 국민이 그만큼 우습다는 뜻일까? ‘반칙과 특권’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것은 깨닫고 있을까? 요즘 자주 보이는 눈물의 의미는 뭘까? 그걸로 호도해야 할 얼룩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 같은 것일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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