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차량이 위험하다 ①] "동승자 필수? 학원차 운영하지 말라는 얘기"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2.02.13 06:29  수정 2022.02.14 18:08

'세림이법'에 따라 학원 어린이 통학버스 등에 동승자 반드시 태워야

영세 규모의 학원들, 비용 부담으로 대부분 못 지켜…'제주 사건' 계기 전수조사, 학원계 반발

학원계 "코로나로 경영 어렵고 지방인력 부족…알바생들 시간도 안맞아 구인 자체가 어려워"

"정부, 학원 사교육 영역으로만 치부하지 말아야…학원 80% 소규모·영세업자, 보조해줘야"

어린이통학차량.ⓒ연합뉴스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3살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진 뒤 개정된 도로교통법 53조, 이른바 '세림이법'에 따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등 6곳의 시설에선 어린이 통학버스 운행시 반드시 동승자를 태워야 한다. 또 보호자가 없을 경우 운전자가 승하차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2020년 도로교통법 강화로 외국인학교를 비롯해 아동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사회복지시설, 대안학교, 교습소, 청소년수련시설, 공공도서관, 사회복지관 등도 어린이 통학버스 적용 범위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 시설들은 오는 11월 26일까지 동승 보호자 탑승 의무가 유예되지만, 이후에는 반드시 동승자를 태워 운행해야 한다.


이렇게 법이 엄중하지만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인 학원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동승자 동반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전국적으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어린이 학원차 사망 사고'를 계기로 경찰을 비롯한 제주 관계 당국이 학원 차량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자 학원 업계의 반발은 극렬해지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며 영어학원을 운영해왔던 60대 A씨는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생들을 하나하나 데려다 줬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인력 인프라가 부족해 동승자 구인은 더욱 힘들 것"이라며 "학원에 소속돼 있는 차량 말고 여러 학원을 다니며 시간 별로 움직이는 운전기사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백미러로만 애들 하차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의 안전교육을 더욱 엄격하게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도권에서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B(33)씨는 "동승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해도, 동승자 교육까지 받으며 알바하려는 젊은 알바생들이 많지 않아 구하기 힘들다"며 "또 3~4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만 필요로 하는 애매한 시간 대에는 지원 자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B씨는 "관련 법 개정이 계속되면서 학원 차량은 노란색 어린이보호차량으로 전부 바꾸고 아이들이 타는 차량은 의무적으로 창문 선팅을 다 떼어내는 작업까지 했다"며 "또 국가에서 지침이 내려와 학원 차량마다 운행기록계를 설치하고 교체하는 비용 등 모두 1억원 가까이 들었다. 그런데 학원이 무슨 봉도 아니고 동승자 고용 부담까지 또 져야 하느냐?"며 불만을 떠뜨렸다.


경기도 일산동구에서 어린이태권도장을 운영하는 C(35)씨도 "동승자 구하기가 힘들어서 담당 사범님들이 직접 학원 차량들을 운전한다"며 "안전 때문에 내려서 아이들 하원을 도와주고 다시 운전석에 탑승하는 방식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C씨는 "정부에서 이 정도까지는 허용해줬으면 한다"며 "오는 11월 이후에는 이 마저도 못 하게될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계는 일성으로 "정부가 학원을 사교육의 영역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학교 연장선상에서 전향적인 지원 대책을 모색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학원의 80%가 소규모이고 영세업자인데,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커서 학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지원금을 보조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일각에서는 학부형들에게 교통비를 따로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데, 학부모에게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동승 알바생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시급과 4대 보험 등의 비용이 나가는 부분을 학원이 다 지고 가라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동승자를 필수로 차에 태워야 한다는 것은 학원차를 운영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고 주장했다.


고성만 제주학원연합회장은 "차량 1대를 운영하는 데 보통 선생님 1명을 고용하는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동승자 고용을 위해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에서 보조를 해주는 방안을 정치권과 논의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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