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스’
가면이라는 뜻을 지닌 페르소나(Persona)는 사회생활 속에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본성과 달리 겉으로 드러내는 태도나 성격을 의미한다. 페르소나가 알려진 것은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의해서다. 융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즉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다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프랑스’는 유명 저널리스트의 페르소나를 그린 작품이다.
국가명과 동일한 이름을 지닌 프랑스 드 뫼르(레아 세이두 분)는 24시간 뉴스채널의 간판 스타 앵커다.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스타일, 유려한 말솜씨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방송사의 실수로 취재가 연출된 것임이 탄로 나면서 가면이 벗겨지게 된다. 언론과 대중은 프랑스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쏟아내고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자, 그는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스위스의 요양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인의 배신, 연이은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가면 속에서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미디어의 이중성을 비판한다. 프랑스 드 뫼르는 최고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앵커이자 셀럽이다. 그러나 그는 마크 롱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장에서 첫 질문 지명자가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질문의 내용이나 답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자진해서 분쟁지역을 찾아가 취재하고 난민들의 배에 동승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출된 것이며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잉’일 뿐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특히 뉴스는 정확한 정보와 거짓 없는 진실을 보도해야 하지만 결국 뉴스도 시청률을 좇기 위해 연출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어 진실과 허구라는 미디어의 양면성을 풍자한다.
저널리스트의 직업정신과 윤리의식을 꼬집는다. 프랑스는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삶에 균열이 생긴다. 피해자를 향한 진심 어린 사과도 파파라치와 기자들의 취재 탓에 가짜로 연출된 상황으로 비춰진다. 화제성만을 위해 과거 자신이 했던 행동을 지금 기자들에게서 보게 된 것이다. 실망 끝에 하던 일을 접고 요양원으로 들어간 프랑스는 그곳에서 젊은 남자 샤를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순진한 청년이라고 생각했던 샤를 역시 스캔들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기자였다. 영화는 본분을 잊은 언론인과 미디어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동시에 잘못된 저널리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진실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서도 묻는다. 프랑스는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른 채로 진실과 거짓을 섞으며 삶을 살아왔다. 결국 진실이 왜곡 당하면서 내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프랑스는 더 이상 꾸며내지 않고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려 한다. 일상 속에서 나를 찾고 페르소나가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원활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또는 무난한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페르소나는 개인의 인간성을 파괴하고 사회의 신뢰를 낮출 수 있다. 특히 미디어와 언론에서는 화제성과 시청률 높이는데 치중하다보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우리 사회에서 페르소나와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