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김윤덕 불참 통보'에 '국힘 퇴장'
"일개 장관에 흔들리는 모습 본 적 없어"
與, 비쟁점 항공보안법 일방 부결하기도
野 "막말 논란에 엄중하게 책임 물을 것"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추경호) 체포동의안'이 보고 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야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참으로 시작해 항공보안법 부결, 국회의장 인사 거부 등을 두고 고성과 막말을 주고 받으며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상대당 의원을 향해 "한 주먹 거리도 안 된다"는 발언이나 "대장동 이재명(대통령)"이라는 고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본회의 불참을 통보 받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한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안건 중 첫 안건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윤덕 장관이 오늘 본회의 전 일정 관계로 불참한 점을 제게 알려왔다"며 개의 이후에야 불출석 소식을 알린 것이 화근이 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가 이렇게 행정부 일개 장관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국무위원에게 본회의 법안 처리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본회의에 안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장관이 안 나온다는 사실 자체를 의장에게 전혀 들은 바도 없다. 우 의장이 오늘 양당 원내대표와의 협의와 동의 없이 일방적이고 단독으로 김 장관의 본회의 불참을 승인해준 경과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과 국회의원 모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우 의장에게 야당과 협의가 없었다며 관련 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온 이후 벌어졌다. 여야 충돌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이 발의한 '항공보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부결시킨게 문제가 됐다. 해당 법안은 여야가 사전에 합의한 비쟁점 법안이었다. 이에 유 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로 모든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화풀이 식으로 부결시키는 행태는 매우 치졸하다"고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약 40분간 의원총회를 진행한 뒤 보건복지부 소관 법률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복귀했다. 본회의장에 복귀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 발언에 나서자 이번엔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에 송언석 원내대표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을 향해 "투표해야 하는데 어디 가나"라고 소리치자, 부 의원은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게"라며 맞받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장동 항소포기를 주제로 벌어진 자유 발언에서 국민의힘은 외압 의혹의 윗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면서 민주당과 재차 대치했다. 박수영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외압 의혹에 반발하는 이유가)이재명 대통령의 유죄가 예견되는 사건이어서 그런 것 아닌가"라며 "1심 판결문에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이 400번 넘게 나오기 때문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정치 검찰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수사팀은 불법 수사를 한 감찰 대상이고 수사 대상"이라며 "이들이 집단 행동을 하는 것은 조작 수사를 은폐하기 위한 물타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에 나설 땐 국민의힘 의석에선 "대장동 이재명"이라거나 "대장동 변호사 이건태"라는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인사 논란'도 불거졌다. 이 역시 '대장동 항소포기' 관련 찬반 토론에서 벌어진 일이다. 발언자로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 연단에 오를 때 우 의장에게 목례를 하지 않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우 의장은 즉각 곽 의원에게 "인사 안 하고 올라갑니까"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곽 의원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이 "인사 안 하느냐" "빨리 인사해" 등 고성으로 항의했다.
이에 우 의장은 발언을 중단하고 "국회의원이 올라올 때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게 법적 사항은 아니지만, 국회에 대한 예의이고 또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소관 법률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때는 담당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해야 하는 것이 국회법에 정해져 있다. 이것을 무시하고 국회 권위를 살리겠다는 국회의장에게 인사할 수가 없다"고 경위를 맞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야당을 무시하니까 그렇죠"라는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곽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자신이 설계했다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이 있는 그야말로 최고 권력형 특혜 비리 부패 사건"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벌어진 상황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산회 후 재개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장에서) 장경태·부승찬 의원이 정말 욕설에 가까운 막말로 또 한 번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바 있다"며 "표현하기 어렵지만 장경태 의원은 'XX하고 자빠졌네' 이런 표현을 썼고, 부승찬 의원은 우리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한주먹거리도 안된다'며 욕지거리와 비슷한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늘 국회를 무시한 김윤덕 국토부장관 불출석을 양당 원내대표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과, 민주당 의원들이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하는 것이 모두 이런 것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에 대해 조사를 거쳐 엄중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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