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출전..스키 대회전 44위
폭설과 눈보라 최악 조건에서도 1-2차시기 모두 완주
파이크 압디(24·사우디 아라비아)가 폭설을 뚫고 완주했다.
압디는 13일 옌칭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대회전에서 폭설의 악조건 속에도 완주해 경쟁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올림픽 개막 이후 첫 폭설과 영하 15도의 강추위로 스키 경기장은 얼어붙었고, 눈보라는 선수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폭설 여파로 대회전 1차시기에 출전한 89명 선수 중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무더기 실격됐다.
걸프 국가로는 최초로 동계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한 사우디의 압디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심스럽게 슬로프를 내려와 1~2차시기 모두 완주(합계 2분46초85), 89명 중 44위를 차지했다.
출전 자격을 얻는 것만으로 승리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했던 압디에게 순위는 무의미하다. 성적과 무관하게 출전 자체로 사우디 정부의 포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판 쿨러닝을 연출한 압디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사막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산도 있고 눈도 있다. 더 많은 사우디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사의 나라’ 사우디에서 스키 국가대표를 파견했다는 자체도 놀라운데 악조건 속에서 완주한 압디는 영화 ‘쿨러닝’과 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쿨러닝'은 월 평균 기온 30도를 상회하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팀이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이후 더운 나라의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놓고 팬들은 '쿨러닝'으로 불렀다.
사우디라는 불모지에서 스키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압디는 각종 예선을 통해 출전 자격을 갖췄고, 사우디 올림픽위원회로부터 최종 선수로 낙점돼 동계올림픽 진출의 꿈을 이루며 폭설과 눈보라라는 낯선 악조건에서 완주까지 했다.
편견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뤄낸 압디는 '함께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실현한 선수로 기억에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