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칼춤" "與에 상납하는 꼴"…이정현 '마이웨이 공천'에 국민의힘 쑥대밭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3.17 04:05  수정 2026.03.17 04:05

김영환 컷오프에 박형준 공천배제설 뜨자

국민의힘 혼란…대구 중진 의원들도 반발

지속된 컷오프에 당내서도 "꼭 경선 해야"

일각선 "특정인 밀어주기 오해 살 것" 우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지방선거 공천 컷오프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갑작스런 6·3 지방선거 공천 잡음에 발칵 뒤집혔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현역 지자체장과 중진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이에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된 현역·중진들은 즉각 "망나니 칼춤"이라거나 "민주당에 (지선을) 상납하는 꼴"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경쟁조차 없이 후보가 선정될 경우 컨벤션 효과가 없을뿐 아니라 일부 후보를 띄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납득할만한 기준이나 이유 없는 컷오프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관위가 경선 우선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이정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을 향해 "아무 기준도 없이 현역단체장을 컷오프하고 단수공천을 하는 것은 이기는 공천도 아니고 혁신공천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현역 시장 컷오프 주장은) 혁신공천이란 이름으로 당을 망하게 하는 행위이자, 망나니 칼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박 시장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꺼낸 이유는 이날 이 위원장이 부산시장 공천 과정에서 박 시장에 대한 컷오프를 주장했단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해당 공관위원회의에서 '혁신공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선 대신 박 시장의 경쟁자인 주진우 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관위원들이 이 위원장의 의견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극심한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혁신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공관위원회의에서도 대구시장에 출마한 중진 의원들에 대한 큰 폭의 감점이나 컷오프를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일부 공관위원들이 '기준 없는 감점'에 반발해 이 위원장과 마찰을 빚었다. 이는 이튿날(13일) "내가 생각했던 혁신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말과 함께 이 위원장이 직을 내던지는 사태로 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이 위원장이 장동혁 대표의 간곡한 호소로 '공천 전권'을 손에 쥐면서 공관위로 복귀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5일 "전기충격을 가하듯 우리 당에도 결단과 충격이 필요하다"는 일성과 함께 복귀한 이 위원장이 하루 만에 컷오프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컷오프의 첫 대상은 김영환 충북지사다. 김 지사는 현역 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공관위로부터 컷오프를 통보받았다. 공관위는 배포한 자료에서 "이번 (컷오프) 결정은 한 사람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변화의 문제"라고 설명하며 충북지사 후보에 대한 추가 공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환 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관위는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절차를 파괴했다. 충북도민의 의사를 헌신짝처럼 가져다 버렸다"며 "공관위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적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왼쪽)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지사에 이어 곧바로 박 시장에 대한 컷오프 가능성이 거론되자 지난 12일 감정 대상으로 점찍힌 중진 의원 출신의 대구시장 출마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위원장의 컷오프 기준에 맞는 중진 의원은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의원 등이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 나와 "중진을 컷오프할 정도면 국회의원도 다 그만두게 해야 한다. 컷오프 당할 정도로 당에 쓸모가 없다면 왜 당에 두느냐"라며 "공관위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라고 만든 거지, 누구를 마음대로 자르고 당치도 않은 사람을 공천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다. 대구시장을 민주당에 상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경호 의원도 대구에서 여의도 국회 사무실로 복귀해 대책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도 무차별적 컷오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5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회의원 몇 선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을 위해 뛴 성과와 상관없이 줄 세우기식·보여주기식 교체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며 "혁신공천의 이름으로 구호만 요란한 무차별 교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컷오프 시도가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만들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김 지사는 페이스북에 "특정인을 정해 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라고 썼고, 주 부의장도 채널A 유튜브에서 "지금처럼 당 내분이 일어나고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세우려는 건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꼭 누구라고 지목할 순 없지만 벌써부터 누가 수혜를 입을지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지 않나"라며 "명확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누군가를 자르면 그건 혁신이 아니라 오해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판국에 왜 사서 오해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당 안팎에선 공관위가 컷오프 결정을 뒤집고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박 시장의 컷오프설로 인해 단수공천 가능성이 거론된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선을 진심으로 원한다. 부산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박 시장과 새로운 비전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구 의원들도 이날 이 위원장을 향한 호소문을 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을 책임질 부산시장 선거를 위한 공천은 치열한 내부 경쟁이 꼭 필요하다"며 "한쪽 날개를 부러뜨려 최종 후보로 나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경쟁력을 스스로 낮추는 결정을 재고해 주길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서울이나 부산처럼 상징성이 있으면서도 어려운 지역은 경선을 거쳐 컨벤션 효과를 이끌어내는게 당연한 것이다. 중진이라고 혁신적이지 않다는 것 역시 고정관념이 아니냐"라며 "혁신도 좋지만 무조건 원칙과 공정이 있어야 국민들이 그걸 보고 찍어준다. 너무 일방적인 모습은 독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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